동남아 공들이는 현대차그룹…베트남·印尼서 '질주'

문광민 기자(door@mk.co.kr) 2023. 1. 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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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도요타 제치고 1위
현대차·기아 합산점유율 31%
印尼선 1년 만에 판매량 6배↑
태국·말레이선 1%미만 점유

반세기 넘게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현대자동차그룹이 균열을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1년 만에 시장 점유율을 5배가량 끌어올리며 현지 5대 브랜드에 다가섰고, 베트남에선 현대차·기아 합산 점유율 기준으로 1위 자리를 지켰다.

동남아 각국이 전기차 산업의 허브를 표방하며 전동화를 추진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한 움직임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신차를 3만4052대 판매하며 현지 6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6059대에서 462% 늘어난 실적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은 중국 브랜드인 우링자동차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지만 1년 만에 4000대 이상 격차를 벌리며 앞서게 됐다.

생산량 기준으로도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현지 6위에 올랐다. 현대차의 지난해 인도네시아 내 생산량은 8만2416대로 일본 이스즈(4만4694대)를 제쳤다.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생산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한 현대차는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5년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20%를 전기차로, 2035년까지 3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시장에선 현대차·기아 합산 점유율이 31.1%를 기록하며 현지 1위 자리를 지켰다. 베트남자동차제조업협회와 현지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11월 베트남에서 총 13만1329대를 판매했다. 전년보다 30% 늘어난 실적이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점유율은 2021년 30.6%에서 지난해 31.1%로 증가했다. 지난해 현대차가 단일 브랜드 기준 1위 자리를 일본 도요타에 내주긴 했지만, 점유율을 높이면서 내실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동남아 자동차 시장 규모 2·3위인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선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 시장조사 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각각 시장 점유율 0.7%, 0.2%를 기록했다.

그동안 현대차는 태국 내 판매를 현지 협력 업체에 위탁해왔다. 지난해 말 태국에 판매법인을 설립한 현대차는 올해부터 현지법인을 통해 직접 판매하며 시장 내 영향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동남아 자동차 시장은 차량 한 대당 수익성이 선진 시장에 비해 낮지만 규모의 경제를 무시할 수 없다"며 "그동안 일본 업체가 독점해왔지만 최근 전동화를 계기로 이들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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