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결국 물러나지만…라임 제재는 불복, 법정 갈 듯

라임 제제 후 두달여 장고 끝에 연임 포기
‘배임 논란 가능성’ 제재 불복 소송은 강행
금감원장 “개인으로서 소송은 본인 선택”

지난 2019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을 마시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물러난다. 1조원대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라임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지 두 달여만이다. 손 회장은 중징계 취소 소송은 제기하지만, 3연임에는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손 회장은 18일 오전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손 회장은 입장문에서 “최근 금융권의 세대 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향후 임추위에서 완전 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 끝난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2시께 열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는 손 회장을 제외한 내외부 인사 10여명으로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이 꾸려졌다. 후보군에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 박영빈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등 외부인사를 비롯해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 등 내부인사들이 포함됐다.

손 회장은 연임 포기와 별개로 ‘라임 사태’ 관련 개인 제재에 대해 가처분 신청과 행정처분취소 소송은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우리은행이 향후 기관 제재에 대해 소송에 나서는데, 손 회장이 개인 징계에 대한 소송을 하지 않을 경우 배임 논란이 생길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우리은행 ‘기관’에 대해서는 사모펀드 신규 판매 3개월 정지와 과태료 76억6천만원을 부과했고, 손 회장 ‘개인’에 대해서는 문책경고를 내린 바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라임 펀드 관련 제재를 법정에서 다퉈보기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이사단은 지난 4일 가진 합동 간담회에서 외부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라임 펀드를 판매한 신한은행에 비해 제재가 과도하다는 의견 등을 토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라임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배상금 일부에 대해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제재를 그대로 수용하면 판매사로서 책임을 100% 인정하는 꼴이 돼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 우리은행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라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들어 손 회장에게 공개적으로 연임 포기를 압박해왔던 금융당국은 이날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의 합리적인 결정을 요청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손 회장이) 개인으로서 법률적 이슈에 대해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며 “(손 회장) 연임 여부와 관련 본인 거취가 결정됐기 때문에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서 합리적인 검토를 통해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