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미술품은 국력이다
새해부터 미술품으로 상속세 등을 대신 납부할 수 있는 '미술품 물납제'가 시행되어 어려웠던 미술계가 활력을 찾고 있다.
지난해는 우리나라 미술시장 개장 이후 1조377억원이란 사상 초유의 판매액을 기록한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동 집계가 발표되었다. 또한 경매를 통한 거래액은 감소되었지만 화랑과 아트페어를 통한 거래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와 공동 주최로 열린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서울)'의 판매액은 주최 측의 미발표로 대강 6500억원에서 8000억원 정도로만 추정되고 있는데, 이 금액은 합산되지 않아 실제 더 높은 액수가 된다.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프리즈 서울'은 (사)한국화랑협회(회장 황달성)의 노력으로 공동 개최 유치에 성공하였고,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톱 갤러리에서만 볼 수 있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이어졌다. 심지어 VIP 오프닝 티켓은 고가의 암표까지 등장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프리즈 서울'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키아프가 상대적으로 열세로 밀리고 우리 작가의 작품 판매가 부진한 점 등은 문제점으로 남았지만 한편으로는 홍콩 등에 몰리던 아시아 미술시장의 큰손들이 서울로 모여들 첫 단계가 놓였다고 기대도 해보게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트페어는 1986년 아시안게임 때 기념전시회 등 미술축제가 전무한 실정이어서 문체부(당시 문화공보부)가 한국화랑협회에 긴급히 요청하여 만들었던 '한국화랑미술제'이다. 당시는 화랑이 고물상으로 허가를 받았던 시절이다.
필자도 오래전 수차례 일본국제아트페어(니카프)에 참가하여 우리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였고, 수많은 관람객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광경을 보고 크게 부러워했다. 당시에도 일본은 수많은 국공립 미술관과 기업이 운영하는 사립 미술관들이 도처에 산재해 미술품 관람이 생활화되어 있고, 일반인의 안목도 화랑의 위상도 크게 높았다.
한 예로 피카소의 작품이 크게 비싸지 않았을 때 후지그룹에서 대량으로 구입했고 하코네조각공원에는 '헨리 무어'의 조각 등 최고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여 전시하고 있었다. 미국 모마 등 미술관 내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아트숍이 있는 것이 의아했는데 미술관 용지를 기증하고 자국 작가의 작품을 납품 홍보하는 것이었다. 미술품도 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부자들이 자국 작가들의 작품을 세계 경매시장에서 고가로 구입하여 작품 가치를 높였고, 우리가 자랑하는 백남준 이우환 김창열 등은 일본에서 활동한 시기가 있으며, 오래전부터 일본 도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점도 우리가 짚어야 할 것이다.
최근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으로 국립·도립 미술관 등에 세계적인 작품들이 소장되어 그동안 부끄러웠던 작품 목록의 체면치레를 한 것 같아 기쁘고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일반인에게 작품을 중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작가를 발굴하여 미술관에 소장케 하는 것이 화랑의 가장 큰 역할이며 보람 있는 일이다. 우리 작가의 작품들이 세계 유명 미술관에 소장되고 국제아트페어에서 우리 화랑들의 위상이 높아지는 날을 꿈꾸어 본다.
[김성옥 갤러리서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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