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배우 뻔한 역할 깨고 싶어요"
한국 콘텐츠 속 외국인 모습
천편일률에 현실과도 달라
전세계 한류 팬들 실망할 수도
"편견 없는 한류 콘텐츠 만들 것"
넷플릭스 한국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의 등장인물 '테리스'는 머리가 비상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 한국 유학생으로 그려진다. 운동을 잘하거나 성격이 거친, 한국 콘텐츠에서 전형적으로 묘사되는 흑인에서 벗어난 캐릭터였다.
'테리스'를 연기한 미국인 테리스 브라운 씨(33·사진)는 한국 콘텐츠에서 나타나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문화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 영화, 예능 등에서 그려지는 외국인들은 고정적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운 씨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배우 겸 가수다. 2016년 SBS 예능 '보컬 전쟁: 신의 목소리'에서 데뷔해 영화 '초미의 관심사' '아이 캔 스피크', tvN 예능 '씨름의 제왕' 등에 출연했다.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 홍보대사, 한국 문화를 알리는 프로젝트 공연팀 '한글'로 활동했고 한국 웹툰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도 하고 있다.
브라운 씨는 한류 콘텐츠가 계속 사랑받기 위해서는 외국인에 대한 고정적인 묘사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악덕 사장에게 갈취당하는 파키스탄 노동자(드라마 '오징어게임'),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조선족(영화 '범죄도시'),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왔다가 달아나는 베트남 여성(영화 '의형제')처럼 특정 인종이나 국가에 대한 클리셰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브라운 씨는 "작품의 방향에 맞게 외국인의 모습을 자유롭게 그릴 수는 있지만 반복적으로 같은 이미지가 묘사되는 것은 한류 콘텐츠에서 외국인의 이미지가 단순히 기능적으로 소비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외국인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섭외 단계에서부터 고정된 이미지에 부합하는 역할들이 제의되고, 출연자가 그 이미지에 맞지 않으면 관심은 급격히 사라진다. 브라운 씨는 "한국 콘텐츠에 나오는 외국인의 이미지는 천편일률적일 뿐 아니라 현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 출연자들은 자신들에게 기대되는 이미지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씨가 고정된 외국인 이미지를 경계하는 것은 한류 문화의 소비층이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서 외국 팬들이 한국 콘텐츠에서 드러나는 편견에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 자체가 뻔해져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도 문제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아시아인 캐릭터들이 모범생이나 무술가 일변도로 묘사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브라운 씨는 외국인들이 뻔한 역할만 맡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브라운 씨가 한국 콘텐츠의 편견을 깨고 싶은 것은 한국에 대한 애정 때문이기도 하다. 브라운 씨는 대학생 시절 고려대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한국에 반해 하와이대 한국어학과에 진학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친할아버지는 6·25전쟁 참전 용사다. 브라운 씨는 "한국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라며 "한국 문화를 미국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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