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농구 3번째 NCAA행 여준석…선배들의 조언은 '공부해'
전태풍 "나도 3시간씩 공부…모두 같은 인간이니 자신감 갖길"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미국 '농구 명문' 곤자가대에 합류한 여준석(21·203㎝)은 우리나라에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 1에 진출한 세 번째 남자 농구 선수다.
미국프로농구(NBA) 도전을 원해 2019년 데이비드슨대에 입학한 이현중(23·201㎝) 이후 4년 만이다.
이들에 앞서 최초로 NCAA 1부 무대를 밟은 2m 포워드계 '형님'은 203㎝의 최진수(33·현대모비스)다.
2006년 NCAA 전통의 명문 메릴랜드대에 입학한 최진수는 2010년 초 국내로 돌아와 어느덧 프로 12년 차가 됐다.
최진수는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준석이 좋은 대학을 가게 돼서 다행"이라며 "그 팀 감독은 일본 선수를 키워서 NBA에 보낸 감독이라 (아시아 출신 선수를) 잘 이해해줄 것"이라고 반겼다.
2016년부터 곤자가대에서 활약한 일본인 포워드 하치무라 루이는 매년 실력을 키워 2019년 전체 9순위로 워싱턴 위저즈의 부름을 받았다.
최진수는 NCAA 적응을 위해서는 실력만큼이나 영어와 공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즌 때는 거의 수업을 못 듣는다. 시험이든 뭐든 따로 준비해야 한다"며 "다른 선수들은 고등학교까지 미국에서 다녔지만, 한국 출신은 따라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는 최진수 본인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그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NCAA 규정 때문에 항상 학업에 많은 부담을 느껴야 했다.
규정에 따른 최소 성적을 넘기지 못해 1년을 쉬게 될 위기에 처했던 최진수는 2010년 초 귀국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최진수는 "운동부를 위한 전담 강사가 교내에 있지만 영어가 부족하면 의미가 없다"며 "시즌이 길고 토너먼트 시기가 되면 이동 거리도 길어져 힘들 테지만, 무엇보다 공부가 제일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NCAA 선수들은 2학년을 마치기 전까지 학위 과정의 40%에 해당하는 수업을 모두 들어야 한다.
3학년은 60%, 4학년은 80%를 마쳐야 하며 매 학기 최소 6학점을 이수해야 다음 학기에도 선수로서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개별 학교마다 운동선수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최소 학점 기준도 두고 있다.
최진수는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름에 대표팀에 합류하기보다는 방학 중의 서머스쿨을 수강했으면 한다"며 "시즌 중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좋은 보험이 된다. 학교에서도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름에 실력이 많이 는다. 현지 프로 선수들이 초청하는 경기에 갈 기회도 그때고, 코치·트레이너가 붙어서 실력을 키워주는 시기도 그때"라며 "대표팀에서 뛰는 것도 좋지만 미국 대학까지 갔으면 기거서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게 한국 농구에 더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준석, 이현중이 NBA에 가야 '우리나라 선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름에는)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고, 또 (대표팀 측에서) 안 뽑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똑똑한 농구'를 깨우쳐야 출전 시간을 받을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큰 신장에도 순발력과 점프력을 갖춘 여준석은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운동능력을 보유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최진수가 보기에 그 정도로 미국 선수들과 경쟁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그는 "NBA의 자 모란트(멤피스),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 등 수준이 아니라면 NCAA에 모인 선수들의 운동능력과 신체조건은 비슷하다. 그 안에서 감독은 누가 더 똑똑하고 적극적인지를 보고 출전 시간을 준다"고 했다.
NCAA에서 4년을 활약한 귀화선수 전태풍도 자신감을 강조했다.
농구 명문 조지아공대를 이끈 전태풍은 "피부색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인간이다. 새로 태어난 아이처럼 그냥 다 배워야 한다"며 "언젠가 한 번에 터뜨릴 수 있도록 총알을 장전하듯이 배움을 쌓아가야 한다. 곤자가는 특히 팀플레이와 슈팅을 잘 가르치기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전태풍은 "디비전 1은 사실상 이미 프로급 선수들이 모여있는 수준"이라면서도 "곤자가대는 명문이지만 미국에서 톱으로 평가받는 수준의 선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열심히 하면 주전으로 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기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별도로 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태풍은 "팀플레이와 슈팅은 곤자가대의 훈련 프로그램을 따라가면 충분하다. 하지만 개인기 등을 키워주는 학교는 아니다"라며 "전담 트레이너를 따로 두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 역시 여준석의 소식을 듣고는 '공부'에 대한 걱정을 떼놓지 못했다.
전태풍은 "솔직히 난 영어를 잘해서 성적에 부담은 없었지만,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긴 했다"며 "저녁 6시에 끝나면 따로 교내에 학원 같은 곳이 있다. 거기서 7시부터 3시간을 매일 공부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현중 선수도 그렇고,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으로 코트 위에서 피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공격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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