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량 2위' 성산대교 엉망진창 성능개선공사..."다녀도 되나?"

이준엽 2023. 1. 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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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강 다리 가운데 통행량 2위를 기록하는 성산대교의 보수공사가 엉망진창으로 이뤄진 사실을 YTN이 연속보도로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서울시 감사로 드러난 실태를 보면 발주부터 준공 이후 관리까지 문제가 많은데, 안전에는 정말 문제가 없을까 싶을 겁니다.

이 내용 취재한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가 직접 현장에 나가 있습니다. 이준엽 기자!

[기자]

네, 서울 성산대교 앞입니다.

[앵커]

뒤로 성산대교가 잘 보이네요.

무슨 공사를 하는 겁니까?

[기자]

저는 지금 성산대교 북단 한강공원에 나와 있습니다.

반대편 남단에서는 바지선들이 교량 기둥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성산대교 점검과 수리를 위해 접안 해둔 겁니다.

이곳 북단에서도 공중비계, 그러니까 임시작업대를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오는 3월부터 다리 아래쪽 바닥 판을 모두 정밀점검하고 보수하기 위해, 바닥 판에 접근할 수 있는 작업대를 까는 겁니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이뤄진 성산대교 남·북단 성능개선공사가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엉망진창이었다는 게 서울시 감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작업대 설치가 마무리되면 정밀검사를 하고, 균열을 메우는 식으로 보수할 예정입니다.

보수가 끝난 뒤에는 균열이 생긴 부분에 계측기를 설치하고, '한강 교량 온라인 안전감시 시스템'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이상 유무를 확인할 방침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지금 다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기자]

제일 중요한 건 안전이죠.

YTN이 지난해 3월에 다리에 금이 갔다는 소식을 처음으로 전했습니다.

보도 이틀 만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정밀 안전 진단과 엄격한 감사를 약속했습니다.

감사 결과는 지난달 나왔는데, 안전 문제가 여기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금이 갔던 바닥 판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시공사가 측량도 해보지 않고 바닥 판을 만들기 시작해서 최대 10㎝까지 아귀가 맞지 않아 튀어나온 부분이 생기는가 하면,

바닥 판에 들어가는 철근도 측정한 14지점 가운데 9개 지점에서 설계도와 달리, 성글거나 빽빽하게 배치됐습니다.

또 공사를 마치기 전부터 균열이 900개 넘게 발견돼, 시공사 측이 몰래 임의 보수를 진행했고, 7개월이 지나 이뤄진 조사에서도 균열은 여전히 510개 포착됐습니다.

고치고도 균열이 다시 발견된 건데, 균열이 새로 생기는 것이거나, 제대로 안 고친 것이거나, 둘 중 하나겠죠.

[앵커]

시공 과정과 감독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고요?

[기자]

네, 균열이 생길 만한 막무가내 공사였습니다.

바닥 판은 성산대교에서 242km나 떨어진 전북 김제와 정읍에서 제작돼, 이곳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런데 시공사 측은 적재함 길이보다 1~3m 튀어나온 상태로 바닥 판을 실어서 이동시켰고, 아무런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바닥 판을 다리에 설치할 때도 이미 깔아둔 바닥 판이 손상되지 않게끔 조금씩 날라서 공사 지점까지 옮겨야 하는데,

규정보다 27톤이나 초과한 과적 트레일러로 계속해서 공사현장을 오가다 보니, 바닥 판에는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정밀 측량 없이 완충재를 설치하거나 바닥 판 1개에 5개씩 설치해야 하는 진동방지장치를 아예 안 끼우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매우 허술했습니다.

200일 가까운 바닥 판 제작 기간 가운데 실제 점검이 이뤄진 건 6일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원래는 매일 관리해야 합니다.

남단 공사 때는 현장대리인이 아예 없었는데, 황당하게도 서울시에 대리인으로 보고된 사람은 자신이 선임됐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앵커]

그런데 앞서 서울시가 안전성에는 문제없다고 발표하지 않았었나요?

[기자]

네, 감사와는 별개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합동 조사단을 꾸려서 진단하고, 지난해 8월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일부 구간에 계측기를 설치해서 40톤 덤프트럭 2대를 반복 통행시키고 측정해본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건데요.

교량이 안전하다면서 안심하고 이용해도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제 YTN이 보도를 통해 성산대교 교량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자,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8월과 똑같은 이유를 들며 '문제없다'고 되풀이했습니다.

하지만 검증보고서 원본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같은 서울시에서, 한쪽은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하고 한쪽은 안전하다고 하는 상황인 거네요?

[기자]

네, 상식적으로 납득가지 않는 상황이죠.

취재진이 그래서 합동조사단에 참여한 전문가를 직접 접촉해 봤습니다.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문제없다'는 부서에서 조사 결과를 확대해석했던 겁니다.

합동조사단 참여 전문가는 감사보고서를 읽어보고서는 상당히 격양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보수공사가 굉장히 어려운 공사인데도 서울시 발주관리부터 엉망이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당시 비용 문제로 임시 작업대를 모두 설치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검사하기 편리한 일부 구간에서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데요.

그래서 보고서에도 단서가 달렸습니다.

"모든 검증 결과는 작업대가 설치된 구간에 대한 정밀조사와 계측에 기반함."

"따라서 모든 구간에 대해서 조사단과 동일 방법으로 충분한 정밀조사와 계측을 해서 구체적인 보수와 보강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 전문가는 이를 두고, 다 괜찮다, 다른 구간도 똑같다고 오해할 여지를 막기 위해 달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게다가 아직 진행 중인 본교 보수공사에서는 균열이 생기지 않게끔 재설계를 하라고 자문했는데, 이후에 서울시가 관련해 자문받은 적도 없다면서 답답해했습니다.

감사 보고서도 이런 합동조사단 결과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차용 했습니다.

그래픽에 나와 있듯, 가장 많이 균열이 일어난 곳이 빠진 일부에서 검증이 이뤄졌고, 장기적인 관찰도 필수라는 겁니다.

[앵커]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기자]

앞서 말씀드린 합동조사단 전문가는 교량이 구조적으로 당장 안전한지를 본 겁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시공 당시 품질의 면에서 보면 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보수공사 시공사들이 운반과 시공에서 법을 지키지 않거나 설계를 따르지 않은 부분이 굉장히 많이 확인되는데,

이렇게 미리 정해둔 안전과 품질을 위한 기준을 어기면 중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 말씀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최명기 /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 시방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안전이라든지 품질을 미리 문제를 갖다가 예상을 하고 그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나온 기준이거든요. 근데 그런 시방서에 따라서 하지 않았단 것은 결국은 충분히 어떤 하자가 발생할 수 있는 거고.]

특히 품질 관리에 있어서는 시공사뿐만 아니라 관리 감독하는 서울시 책임도 큰데요.

서울시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큰 아픔을 겪으면서 책임감리제도 강화를 비롯한 관련법과 제도 개선을 선도해온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런데 그런 서울시가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앵커]

이 기자, 그렇다면 성산대교를 매일 이용하는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지금 당장 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건 아닙니다.

당분간은 차량이 다닐 수 있습니다.

합동조사단 발표결과도 그런 맥락으로 해석하는 게 적절할 듯합니다.

그러나 잘못 보수된 다리인 건 분명하고, 원래 설계와 하중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확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모든 구간을 다시 들여다보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게 합동조사단을 포함한 전문가들의 결론입니다.

제 뒤로 지금도 차량이 계속 오가고 있는데, 성산대교 하루 통행량이 15만 대 정도 됩니다.

한남대교 다음으로, 한강 다리 가운데 2번째로 통행량이 많은 곳입니다.

보도가 나오고 담당 부서에서 취재진에 해명하길, 지난해 합동조사 당시에 성산대교를 다녀도 되는지 결론을 서둘러 내야 하는 입장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중요한 다리인 만큼 서울시민들의 불안감을 빨리 해소해야 했던 부분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안전하다고만 설명하면,

오세훈 시장이 앞장서 꾸린 합동조사단과 엄격한 감사 취지도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앞으로 추가 취재 계획도 있나요?

[기자]

네,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공사관리를 했는데, 서울시 다른 공사들은 문제없이 진행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 균열이 간 바닥 판을 만든 업체가 서울과 전북의 다른 다리 공사에 납품했을 때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켰던 사실도 파악했는데요,

서울경찰청에서 성산대교 공사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관련 취재도 이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성산대교 앞에서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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