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노포가 핫해”…MBC ‘라디오스타’ 800회
“노포가 요즘 전통도 있으면서 핫하다.” (김구라)
언제 폐지될지 몰라 긴장하며 MC들이 “다음주에 만나요 제발”을 외치던 프로그램이 800회를 맞았다. 거쳐간 게스트만 1434명. 2007년 5월 시작한 MBC TV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이야기다. MC 김구라가 지난해 말 시상식에서 “노포”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지상파 최장수 토크쇼로 자리매김한 <라디오스타>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에서 800회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윤화 PD와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 MC가 참석했다.
<라디오스타>의 17년은 4명의 MC 캐릭터가 만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라디오스타>는 MC들끼리 주고 받는 말, MC가 게스트를 대하는 태도가 더 재미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신정환, 윤종신, 조규현 등이 오가며 변화가 있었다. 현재는 계속 자리를 지킨 김국진과 김구라, 중간에 가세한 유세윤과 안영미 등 4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김국진은 세대를 아우르고, 김구라는 거침없는 돌직구를 던지며, 유세윤은 재치있는 멘트로 ‘잔잔한’ 재미를, 안영미는 통통 튀면서도 게스트를 받쳐준다.
솔직 담백한 토크쇼를 지향하는 <라디오스타>는 연출을 맡은 PD도 ‘솔직’했다. 이윤화 PD는 MC들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4명 MC들을 바라보며 “팩폭해도 되느냐”면서 답했다. 그는 “유세윤은 기복이 심하다. 재밌게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안영미는 현실과 방송의 경계에서 구박을 받으실 때마다 짠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김국진은 새로운 관점으로 질문을 던져주실 때도 많고 김구라는 ‘어떻게 저렇게까지 자기 위주로 생각하지’ 싶고, 매번 생각지도 못한 배경지식을 뽐내서 놀란다”고 말했다. 이 PD는 지난 연말 김구라가 수상소감을 말하면서 <라디오스타>를 ‘노포’에 표현한 것을 두고도 “‘노포’라고 해서 불만이 없지 않았다”며 웃었다.
4명 MC 캐릭터가 어우러진 <라디오스타>는 사실 게스트가 곤란해할 질문을 던지는 ‘독한 맛’ 토크쇼의 대명사였다. 열애설이 불거진 연예인을 향해서 ‘돌직구’ 질문을 던져 게스트들이 진땀을 흘리는 토크쇼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라스’가 요샌 ‘순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영미는 ‘순한 맛’을 오히려 장수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독하고 논란이 있었다면 지금 시대에는 장수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더욱 편하게 놀 수 있는 장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PD는 달라진 시대 풍경을 꺼냈다. 그는 “지금은 게스트들에게 불편한 상황이 벌어지면 시청자들도 불편해하고 감정이입을 한다”며 “사실은 순한맛이라기 보다 최대한 불편함을 드리지 않는 선에서 질문을 하면서도 새로운 매력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국진은 요즘 <라디오스타>를 두고 ‘온기’라는 단어를 썼다. 그는 “예전에 게스트들이 오면 ‘라스’에서 겨울을 느끼고 갔는데 요즘은 ‘라스’에 봄도 있고 가을도 있다. 온기도 있다”고 했다.
수많은 채널에서 여러 프로그램이 등장했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요즘 <라디오스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이날 간담회에서 질문이 집중된 주제였다.
이 PD는 “예능프로그램의 화제성이나 새로움이 6개월,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지 않는데 그래서 <라디오스타>가 오히려 돋보인다”면서 “조급함이 없어진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MC가 돋보이기 보다 게스트가 돋보이게 할 수 있어서 진정성이 생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구라는 “언젠가 경쟁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소멸되겠지만 전혀 슬프지 않다”면서 “<라디오스타>는 프로그램으로서 천수를 다 누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 30분에 방송되는 800회에는 방송인 이경규, 코미디언 김준현, 배우 권율, 크리에이터 오킹이 출연한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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