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KT, 개발자 육성에 팔 걷어올린 사연
실무중심 교육으로 개발자 양성 집중
개발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웬만한 연봉으로는 엄두를 내기 힘들 정도로 개발자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X) 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개발자가 부족하다는 건 엔진에 기름이 부족한 것과 같다. 고속도로가 아무리 잘 깔려있어도 기름 없는 차는 자전거만 못하다.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곳곳에 개발자가 포진해 머릿속 상상을 현실로 그려내는 능력이 필수다.
품귀현상을 보다못한 기업이 KT다. 2021년 12월부터 AI 인재양성 프로그램인 '에이블(AIVLE)스쿨'을 가동했다. 일종의 디지털 사관학교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수료생 81%가 자신의 갈고닦은 능력을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발휘하고 있다. 에이블스쿨의 교장선생님 격인 진영심 KT그룹 인재개발실장을 18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엠베서더 호텔에서 만났다.
에이블스쿨은 AI 서비스 개발자를 양성하는 'AI 개발자 트랙'과 기업의 DX 전환을 돕는 'DX 컨설턴트 트랙'으로 나뉜다. 교육은 6개월간 진행된다.
과정은 다르지만 '기업 실무형 인재 양성'이라는 모토는 같다. 이론 위주의 대학 교육과 달리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진 실장은 이 점이 타사의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과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에이블스쿨은 실무 경험 위주로 교육을 진행한다"며 "교육생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자신이 가진 기술을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과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이블스쿨은 교육생이 팀을 꾸려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도록 한다. KT는 AI·프로그램 제작을 요청했던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교육생에게 제작 과제를 준다.
교육생들도 이같은 교육방식에 만족해 했다. 오는 19일 2기 수료를 앞둔 김정민 씨는 "프로그램 전략을 짜고 제작 환경을 분석한 뒤 제안서 작성을 작성했던 게 가장 좋았다"며 "실제 기업이 일하는 방식을 느꼈던 것 자체가 즐거웠다"고 했다.
진 실장은 교육생을 뽑을 때 컴퓨터 관련 전공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비전공자의 수가 더 많았다. 진 실장은 "스쿨에 선발된 교육생 1680명 중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비율은 4:6 정도 된다"며 "전공·비전공 여부에 따른 교육 수준은 처음에만 차이가 날 뿐 수료 땐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1기와 2기 교육생들은 고용노동부 주관 'K-DT 해커톤'에서 2회 연속 대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1기를 마친 교육생들의 취업률은 AI 개발자 트랙에서 83%, DX 컨설턴트 트랙에서 81%를 기록했다. 특히 DX 트랙을 마친 대부분은 비전공자로 구성됐다.
에이블스쿨 교육생들을 채용한 기업들의 만족감도 높았다.
지난해 에이블스쿨 출신 개발자 2명을 채용했던 한 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전공자·비전공자 관계없이 에이블스쿨을 수료한 개발자는 현장에서의 업무 능력에 큰 차이가 없었다"며 "회사가 운영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는 상태에서 입사해 적응이 빠르다"고 평가했다.
진 실장은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인재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DX 적용이 광범위해지면서 관련 인재 수요가 늘고 있다고 들었다"며 "개발자 수요 자체는 경기침체로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큰 흐름을 봤을 때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소프트웨어 분야 신규 인력 수요는 35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공급은 이에 못 미치는 32만4000명으로 추정됐다. 연간 6000명 정도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부족한 것이다.
KT는 개발자 부족문제 해결에 집중할 방침이다. KT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AI 발전전략'에 따르면 5년간 5000명의 디지털 인재를 배출할 계획이다.
진 실장은 "에이블스쿨의 목표는 대한민국 디지털 인재가 모이는 플랫폼"이라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갇히지 말고 많은 분들이 기회를 잡고 도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현서 (stringstand@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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