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경쟁 나선 은행, 부실위험에 졸라매는 2금융권 [대출한파에 금융권 엇갈린 셈법]
[파이낸셜뉴스]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에 가계대출이 줄어든 가운데 1, 2금융권 간 대출 전망이 엇갈렸다.
은행들은 대출 경쟁 심화로 가계와 기업에 모두 대출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반면, 부실대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2금융권은 오히려 대출을 줄일 것이라고 예상돼서다. 중저신용자와 서민들이 2금융권 대출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수급 불균형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3으로 나타났다. 대출태도 지수는 100부터 -100까지로 마이너스를 보이면 대출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금융기관이 더 많다는 의미다.
차주별로 가계주택 대출태도 지수는 28로 전분기(19)에 비해 크게 올랐다. 가계일반 대출태도 지수는 6에서 3으로 소폭 줄었다.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1.3 대책이 발표된 후 주택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이 대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목할 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직전 분기 -6이었던 대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6으로 올랐고,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6에서 11로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 등 완화에 따른 대출 여력 증가, 금융기관 간 경쟁 심화로 은행권의 기업대출이 완화될 전망"이라며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보다 신용위험이 낮기 때문에 은행이 대기업에 대한 대출 완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 지수는 모든 업권에서 마이너스를 기록,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상호금융조합(-52), 상호저축은행(-45), 신용카드회사(-31), 생명보험회사(-19) 등으로 모두 대출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에 비해 상호금융조합을 제외한 모든 업권에서 대출태도 지수가 소폭 올랐지만, '대출 줄이기' 기조는 유지된 것이다.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2금융권이 금리상승, 성장세 둔화 등에 더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2금융권이 대출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인다는 게 한은 해석이다. 비은행금융기관 연체율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모든 업권에서 올랐다. 지난해 11월 기준 상호저축은행 연체율은 3.41%, 신용카드회사가 1.89%, 상호금융조합 1.58%, 생명보험회사 0.22%를 기록, 전년 대비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은 대출 건전성 관리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태도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부동산 시장 위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저신용자들의 대출수요가 이어지는 반면, 2금융권은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호저축은행과 생명보험회사 대출수요 지수는 각각 8, 9를 기록해 대출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들의 대출태도 지수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당국까지 나서 2금융권의 대출중단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전망은 밝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차주 신용위험은 가계와 기업 모두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불확실한 데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이 더 높아지면서다. 특히 중소기업은 수익성 악화, 채무상환 능력 저하로 신용위험이 높은 수준(42)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가계의 신용위험도 또한 취약차주 재무건전성 악화, 이자부담 증대로 전분기(39)에서 소폭 오른 44를 기록했다. 비은행기관에서도 같은 이유로 모든 업권에서 신용위험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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