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SF 결합한 낯선 장르 개척"
엄마를 AI로 되살린 딸
둘의 공존에 초점 맞춰
독특하고 창의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연니버스'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에서 연 감독은 공상과학(SF) 장르 색을 띠면서도 모성애, 인간성이라는 주제를 서정적인 연출로 풀어내는 과감한 시도를 선보였다.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흔히 우리가 신파라고 하는 한국의 고전적 멜로와 SF가 결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그는 "나이를 먹어버린 딸과 마지막 순간에 머물러 있는, 실존하는 지옥에 갇혀 버린 엄마가 관객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소재라고 느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20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둔 영화는 배우 강수연의 첫 SF 도전이자 유작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2세기 미래에 폐허가 돼 버린 지구를 떠난 인류가 수십 년간 벌여온 내전을 전쟁 영웅 '정이'(김현주)가 끝내려다 실패해 식물인간이 되고, 그의 딸인 윤서현 크로노이드 연구소 팀장(강수연)이 명예를 되찾기 위해 엄마 모습을 한 인공지능(AI) 전투용병을 완성시키려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후반 작업이 진행되던 작품은 지난해 대배우 강수연의 별세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연 감독은 "강 선배가 남한테 폐를 끼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성격이셨다. 어떻게 하다 보니 마지막 후시녹음을 하고 세트 촬영장에서 선배의 사전 인터뷰도 미리 따게 됐다"며 "지금 보면 정이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걸 다하고 가셨다고 생각한다. '정말 영화같이 사셨구나'라고 느낀다"고 돌이켰다.
영화 속 강수연은 끊임없는 전투와 복제로 고통받던 엄마에게서 모성애를 지워낸 뒤 "자신만 생각하며 살라"고 새로운 기회를 선물한다. 인상 깊은 액션 연기로 돌아온 배우 김현주는 엄마인 동시에 전사인 용병 정이를 자연스레 소화해냈다.
연 감독은 "부모님에게 우리 자식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지 않냐"며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이뤄질 수 없는 상상을 그리는 것이 SF 장르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00만 관객 '부산행'을 비롯해 '염력' '반도' '지옥' 등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활동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뽐낸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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