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우회지원은 불법" 금융당국에 진정서 제출

시민단체와 태광그룹 노조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뉴스1

시민단체와 태광그룹 노조가 태광산업의 '자회사 우회 지원'에 문제를 제기하며 금융당국에 고발했다. 주주들의 반발로 흥국생명에 대한 재정 지원 계획을 철회한 태광산업이 흥국화재를 통해 비합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이 이유다.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와 태광그룹노조하청협의회는 1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태광산업이 불법으로 계열사를 우회 지원하기 위해 흥국생명이 보유한 493억원 규모의 흥국화재 주식을 매입했다고 주장하며 금융당국의 제재를 촉구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상법 제542조의9 1항에 따라 상장회사는 주요 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에게 신용공여를 해선 안 된다"면서 "다수 주요 로펌을 통해 법률에 위배되는 사례임을 법리적으로 검토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태광산업의 공시 제목이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주식의 취득'이라는 점을 들어 태광그룹이 불법 행태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은 지난해 11월 5571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 국제 금융시장과 한국 경제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논란이 불거지자 흥국생명은 시중 은행의 지원으로 콜옵션을 이행해 상환했으나 지급여력(RBC) 비율이 금융 당국의 권고치인 150% 밑으로 떨어져 자본 확충이 필요했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12월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의 재정 지원을 검토하던 중 주주들의 반대로 철회했다. 태광산업의 지분 5.8%를 보유한 트러스톤은 입장문을 통해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이는 대주주를 위해 태광산업 소액주주의 권리를 희생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상증자에 대한 반발이 거세자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이 보유한 흥국화재 주식 493억원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했다. 공투본과 협의회가 불법 소지가 있다며 금융 당국에 사법상 무효를 진정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들 단체는 금융당국이 흥국생명 우회 지원을 사법적으로 무효화하지 않을 경우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탈법적 우회로로 해당 법률이 사문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공투본과 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불법적 우회 지원을 용인할 경우 대기업의 금융계열사 지원에 탈법적 우회로로 악용될 것이 자명하다"며 "태광산업의 흥국화재 주식 매입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엄정하고 적법한 조치와 처분을 진정한다"고 밝혔다.

태광그룹 관련 단체들이 추가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협의회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엄중한데도 태광그룹은 '12조원 투자계획' 등으로 끊임없이 시장을 기만하고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에 유관 단체의 추가적인 공동행동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