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보지 못하고 화살머리고지에서 떠난 오문교 이등중사 신원 확인
국군 최봉근 일병으로 확인
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고지에서 수습된 유해는 아들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전사한 오문교 이등중사(현 병장 계급)로 확인됐다. 미군 전사자로 추정돼 신원 감식을 위해 미국으로 갔다가 돌아온 유해는 국군 최봉근 일병이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가슴 부위에 태극 약장을 착용한 채 2019년 화살머리고지에서 수습된 유해는 오문교 이등중사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오 이등중사의 유해는 6·25전쟁 당시 개인호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전문 발굴병력에 의해 머리뼈 일부와 전투화 조각이 처음 발견됐다. 주변 확장 발굴로 곧게 누운 자세로 머리뼈부터 발뼈까지 대부분 골격이 남아 있는 형태로 수습됐다. 당시 왼쪽 가슴 부위에는 국군 계급장, 오른쪽에는 태극 문양이 새겨진 약장도 달려 있었다.
태극 문양 약장은 1950년 제정된 ‘6·25사변 종군기장령’(대통령령 제390호)에 따라 6·25전쟁에 참전한 군인에게 주어졌다. 현재까지 비무장지대에서 2점을 포함해 총 6점이 발견된 ‘특이 유품’이라고 국유단은 설명했다.
국유단 기동탐문관은 전사자의 병적자료에서 오 이등중사의 본적지인 전남 나주시 제적등본 기록을 살펴 고인의 아들로 추정되는 오종숙씨를 찾았고 유전자 분석으로 가족관계를 확인했다.
1930년 나주 공산면에서 태어난 오 이등중사는 임신 중이던 아내를 둔 채 1952년 4월 입대해 2사단에 소속돼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전했다. 2사단은 중공군에 맞서 고지를 사수했지만 오 이등중사는 휴전을 불과 2주일여 앞둔 1953년 7월10일 만22세 나이에 전사했다.
아들 종숙씨는 “뒤늦게라도, 아버지의 유해라도 만나는 것이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이유”라고 소감을 밝혔다.
2021년 9월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을 통해 국내로 봉환된 6·25전사자 유해 66구 가운데 1구가 최봉근 일병으로 확인됐다. 최 일병의 유해는 2001년 4월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일대에서 미군 전사자 유해 발굴 과정에서 오른쪽 정강이뼈 일부가 발견됐다.
미군은 자국 전사자로 추정하고 신원 확인을 위해 발굴한 유해를 미국 하와이 감식센터로 옮겼다. 이후 한·미는 공동으로 6·25 전투 기록, 발굴 정황, 유전자·법인류학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감식해 해당 유해를 국군 전사자로 판단했다.
최 일병을 포함한 66구의 유해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채 2021년 9월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을 통해 국내로 봉환됐다. 봉환 후 유전자 분석에서 2020년 시료를 채취한 고인의 딸 월선씨와 부녀 관계가 확인됐다. 당시 봉환된 유해 66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1920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최 일병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1남 1녀를 두고 입대해 그해 10월 만31세 나이에 전사했다. 최 일병의 딸 월선씨는 아버지의 귀환 소식에 “끈을 놓지 않고 오래 기다린 끝에 아버지를 만날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이로써 2004년 4월 유해 발굴이 시작된 이래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총 204명으로 늘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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