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억 속쓰림 약 시장 요동친다
신약 제제인 P-CAB 속쓰림 위장약 시장 빠르게 잠식
특허 만료 8년 남았는데, 제네릭 개발 시동
속 쓰림 증세로 새벽에 깨는 역류성 식도염을 치료하는 ‘속쓰림 약’ 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처방돼 온 ‘양성자펌프억제제(PPI)’의 이상반응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신약인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차단제(P-CAB)’ 제재가 시장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보고 대응에 나섰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PPI제제 사용 주의사항에 ‘드레스증후군’을 이상반응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의견 조회 공문을 국내 제약사들에 보냈다. PPI제제 의약품 설명서에 ‘드레스증후군’을 약 주의사항으로 기재한다는 뜻이다. 식약처는 이달 19일까지 업계 의견 수렴해, 최종 문구를 확정하고, 오는 2월 중순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PPI는 위산 분비 최종단계에 있는 프로톤펌프(양성자펌프)를 억제해 위산이 덜 분비되게 하는 기전이다. PPI는 소장으로 흡수된 다음에 위로 이동한 후 위벽 세포에 있는 프로톤펌프에 붙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한미약품 ‘에소메졸패밀리(성분명, 에스오메프라졸)’와 아스트라제네카가 수입하고 일동제약이 판매하는 ‘넥시움(에스오메프라졸)’ 등이 있다.
PPI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우수하고, 수십년동안 처방돼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로 인정 받아왔다. 앞서 미국소화기학회(ACG)는 2021위식도역류질환(GERD)가이드라인에서 PPI가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약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세계적으로 PPI는 역류성 식도염은 물론 위궤양 등 다양한 위산 관련 질환의 1차 치료제로 쓰인다. 국내 시장 규모만 약 6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역류성 식도염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486만여 명이다. 그런데 이런 의약품에 새로운 부작용이 추가되는 것이다.
드레스증후군은 약을 먹었을 때 나타나는 알레르기 반응이다. 열이 나고, 피부 발진이 생기는데, 증상이 심하면 급성 간염, 신부전까지 일으킬 수 있다. 심각한 약물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가 약을 먹자마자 증상이 바로 나타난다면, 드레스증후군은 2~3주 이후 증상이 나타난다. 의약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PPI의 이상반응이 추가되면서, 국내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시장이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속쓰림 약 시장은 기존 치료제인 PPI와 신약인 P-CAB으로 양분된 상태다. HK이노엔이 개발한 국산 신약 ‘케이캡’과 대웅제약이 지난해 출시한 ‘펙수클루’가 대표적인 P-CAB제재다.
P-CAB은 이미 PPI의 단점을 보완하는 대안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PPI는 식사 30분 전 약을 복용해야 하고, 약을 먹고 잠이 들면 위산 분비를 오히려 촉진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오랜기간 복용하면 골다공증의 위험도 커진다. P-CAB은 PPI와 달리 소장으로 흡수되는 과정 없이 프로톤펌프와 곧바로 결합해 위산 분비를 억제한다. 그러니 약효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식전 식후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서울GERD 합의문에서도 P-CAB을 PPI와 대등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약물로 소개 하고, 초기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권고했다. 일본도 P-CAB을 사용가능 약물로 권고했다.
P-CAB은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은 출시 3년째인 지난 2021년 국내 처방액 1000억원을 넘었고, 지난해 11월까지 1136억원을 달성했다. 대웅제약이 지난해 7월 출시한 P-CAB 제제인 ‘펙수클루’는 11월까지 넉 달동안 처방액이 90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르면 올해 6000억 원 시장의 절반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제약사들은 P-CAB 제네릭(복제약) 준비에 나섰다. 제일약품과 일동제약은 임상에 돌입했고, 삼천당제약을 비롯해 JW중외제약, SK케미칼, 보령, 신풍제약, 한미약품, 휴온스 등은 케이캡의 특허에 대해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케이캡의 특허는 2031년 8월 만료되는 물질특허와 2036년 3월 만료되는 결정형 특허로 구성돼 있는데, 국내 제약사들이 신청한 특허 청구가 인용되면, 오는 2031년부터 제네릭을 팔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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