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잘 알면서도…서울 17개 학교 ‘석면 보고서’ 조작한 업체들
보고서에 다른 학교 분석 사진 짜깁기
서울교육청 “공무방해나 업무방해 고발”
공사 후 석면 잔재물 조사보고서를 조작한 업체들이 적발됐다. 이들은 다수 학교에서 잔재물을 전면 조사하지 않고 보고서에 다른 학교의 분석 사진을 가져다 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중 고의성이 다분한 2개 업체는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하반기 이 같은 내용의 제보를 받고 감사를 진행한 결과, 4개 업체가 서울시내 17개 학교 대상 조사에서 전자현미경 분석 사진을 중복으로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보고서 조작 정도가 가장 심한 업체는 2021년 겨울방학 동안 9개 학교의 석면 잔재물을 조사하면서 분석 사진 168장을 중복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A학교 분석 사진 수십 장을 B학교 보고서에 가져다 쓰는 등 ‘짜깁기’를 했다. 또 다른 업체도 분석 사진을 중복으로 사용하고 결과보고서를 부실하게 작성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은 할당된 분석량을 다 채우지 않고 다른 학교 사진을 복사해 붙여넣기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고의성이 다분한 것으로 보이는 2개 업체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부정당업자로 지정할 예정이다.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 학교에서 진행하는 공개 입찰이나 수의계약에 참여할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분석을 다 한 것처럼 결과보고서를 제출한 건 일종의 기망행위”라며 “공무집행방해나 업무방해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4개 업체의 계약 미이행에 대해서는 기존에 지급한 용역 대금을 회수할 예정이다.
서울 시내 학교들은 석면 제거 후 잔재물 조사 과정에서 전자현미경을 통해 석면 함유 여부를 판독하고, 석면이 검출되면 다시 제거작업을 한다. 잔재물 용역 결과보고서가 조작된 17개 학교에서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의 잔재물 재측정을 검토 중”이라며 “학교 현장을 확인하고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과 협의해 전자현미경 조사를 다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 10일 ‘전자현미경 분석에 관한 세부기준’을 마련했다. 앞으로 업체들은 결과보고서에 분석 사진과 함께 잔재물에서 검출된 원소를 확인할 수 있는 원소피크 그래프와 성분분석표 등을 포함해야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 등 모든 교육 주체가 석면에 대한 걱정 없이 교육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교육청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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