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친화정책? 매년 해온 얘기"…휴마시스 주주들, 표대결 예정대로
차정학 휴마시스 대표가 새해를 맞아 '주주친화정책'을 약속했다. 하지만 휴마시스 소액주주들은 "3년 전부터 전해온 보여주기식 약속"이라며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소액주주 측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놓고 내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측과 표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18일 휴마시스에 따르면 차정학 대표는 전일 공식 홈페이지에 신년사를 올려 "2023년에는 주주들께 보답하는 주주친화정책을 적극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금배당 확대, 주주님들과 소통 창구 마련, IR 활동 강화 등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저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하루라도 빨리 경영권 분쟁을 종식시키고 휴마시스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차 대표가 소액주주 측에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했다. 휴마시스는 지난해부터 소액주주들과 대립해왔다. 소액주주들은 휴마시스가 코로나19 기간 막대한 실적을 올렸음에도 소극적인 주주친화정책을 벌였고 주주와의 소통 역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갈등이 폭발한 건 지난 9월 임시 주총 때다. 당시 휴마시스가 소액주주들의 제안을 반영해 안건을 구성했는데, 소액주주들은 "이사 보수한도 등 사측이 선택적으로 주주제안을 반영했다"고 반발한 것이다. 결국 소액주주들은 당시 주총에서 모든 안건을 부결시켰다.
이어 한 달 후인 작년 10월부터는 휴마시스 사측과 소액주주들 간 경영권 분쟁이 공식화됐다. 슈퍼개미인 구희철 씨(에이앤케이 대표)가 다른 소액주주 4인과 함께 휴마시스 지분 5.45%를 확보했단 공시를 내면서다. 당시 구 씨는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권 참여'로 명시했다. 또한 "휴마시스의 주주로 생각을 같이하는 주주들과 연합해 회사 경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며 "기업경영 안정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신규 임원의 선임과 함께 개정된 법에 맞게 정관을 개정하는 등 행위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후 작년 11월 소액주주들은 휴마시스 측에 임시 주총 소집을 요청했다. 내달 28일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이들은 △정관변경 △이사 선임 △상근감사 선임 등 안건을 제안한 상태다. 이들은 사내이사로 △정채윤(CCD 그룹 소속·휴마시스 소액주주모임 대표) △정석영(EV수성 대표) △김기현(시그니티 사내이사), 사외이사로 △노병렬(대진대 글로벌통상대학국제학부 미국학과 교수) △이덕승(법무사법인 김앤리안 대표법무사) △김충식(성운회계법인 소속), 감사로 구희철 씨를 추천했다. 아직 사측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번에 나온 차 대표의 신년사는 작년 임시 주총 안건 부결부터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약 3개월 만에 나온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차 대표의 약속을 불신하고 있다. 휴마시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약 3년 전부터 발표해온 내용"이라며 "임시 주총에서 이기기 위해 보여주기식 주주친화정책을 던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작년 10월에 소액주주 2명을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소했고 아직 취하하지도 않았다"며 "소액주주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주총 표대결 역시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휴마시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그 동안 경영진에서 소액주주들을 만날 필요가 없다고 말해오는 등 행태가 지속되면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게 된 것"이라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휴마시스 사측과 소액주주들 간 표대결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휴마시스는 최대주주인 차정학 대표의 지분율이 6.97%에 불과하다. 배우자, 처남 등 특수관계인 몫을 더해도 차 대표 측 지분율은 7.65%로 낮다. 구 씨 외 4인의 지분율인 5.45%와 2.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휴마시스 소액주주들 지분율 총합인 78.12%를 양측이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다.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주총 약 3주 전부터 대리 행사 권유가 가능하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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