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어 강원도로 번진 영리병원 논란…의료계 거센 반발

박다영 기자 2023. 1. 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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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국제병원 내국인 진료 제한 관련 소송 내달 15일로 연기
= 제주도는 전국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 여부를 5일 오후 발표한다. 이날 오전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의 모습.2018.12.5/뉴스1

제주도와 강원도에서 영리병원에 대한 논란이 장기화된다.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불리는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항소심 시기가 미뤄졌다. 강원도에서는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되며 제도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은 영리병원 설립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1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을 운영하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기한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취소 청구의 소' 항소심 선고 기일이 이날(18일)에서 오는 2월15일로 미뤄졌다.

이 소송은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 진료 제한을 다룬다. 제주도는 지난 2018년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하면서 진료 대상자를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제한했다. 1심에서 녹지국제병원이 승소했고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도가 이에 불복해 항소심을 제기했다.

이외에도 양측은 병원 개설을 두고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를 내줬지만, 이에 반발한 녹지국제병원이 설립 개원 시한인 2019년 3월까지 개원하지 않았다. 제주도는 개설허가를 취소했다. 병원 측은 개설허가 취소 처분을 무효화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과 3심에서 승소했다.

병원이 다시 개원 의지를 보였지만, 제주도는 지난해 6월 개설허가를 다시 취소했다. 영리병원 설립을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업체인 우리들리조트의 자회사 다이나서울이 녹지국제병원의 지분 80%를 인수한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병원 측은 이 처분에 불복해 다시 소송을 냈다.

영리병원 논란은 강원도에서도 불거졌다. 지난해 9월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면서다. 이 법안에는 도지사 허가를 받을시 병원·치과병원·요양병원·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한다. 외국 의료기관을 의료급여기관으로 포함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영리병원의 제도화를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리병원은 의료계에서 오랜 기간 논란을 일으킨 문제다. 현재 민간 병원은 비영리 법인과 의사 개인 소유 병원으로 나뉜다. 비영리 법인은 설립시 자본금과 운영자금을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영리병원은 병원이 주식회사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결산시 투자자에 이윤을 배당한다.

이를 도입하면 수익을 늘리기 위해 신기술, 의료장비 도입이 빨라지고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찬성 의견이 있다. 반면, 국민 건강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이 무너져 응급의료보다 수익성이 높은 미용·성형에 자본이 쏠리고 고가 진료를 유도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또, 시설과 진료 기반이 취약한 개인 병원이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강원도에는 '강원도영리병원반대운동본부'가 꾸려졌다. 운동본부는 지난 16일 출범 기자회견에서 "의료비 폭증과 공공의료를 붕괴시키는 영리병원 설립이 강원도에 추진되려 한다"며 "단 하나의 영리병원도 허용하지 않겠다.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응급실과 같은 돈 안 되는 부분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수익성 높은 최고급 서비스로 의료비를 높여 서민들의 접근을 가로막는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영리병원 도입으로 개인 병원이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다른나라보다 의료 접근성이 훨씬 높아 원하는 때 근처 병원을 갈 수 있는 구조"라며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병원으로 쏠림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의료계 전반에 막대한 변화가 생길 것이다. 비용을 낼 수 있는 환자가 먼저 치료받게 되면서 공공성도 붕괴될 것이다"라고 했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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