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가 갈등 키워 후유증 남을 것” 국민의힘 내 우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새로 도입된 당대표 결선투표로 인해 당내 갈등이 격화하고 후유증이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두 주자는 결선투표 없이 1차에서 끝내기 위해 공세 수위를 높여야 하고, 결선투표가 현실화하면 후보들 간 합종연횡과 1, 2위 후보 간의 흑색선전 등 무리수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결선투표는 이번 당대표 선거에 ‘당원 투표 100%’ 규칙과 함께 새로 도입됐다. 지난 17일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3월8일에 1차 투표를 해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가 9일 양자 토론을 하고, 10~11일 온라인이나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한다고 결정했다.
당내에선 결선투표로 인해 당권주자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근 나경원 전 의원 해임과 당대표 출마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대표적이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 후보로 상승세를 탄 김기현 의원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목표로 하면서 친윤계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한 공세가 격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의원이 윤심을 업고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더라도 과반을 얻지 못해 결선투표에 가면 다른 주자들의 지지세가 뭉쳐 뒤집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권에선 ‘김기현-나경원-안철수’의 3강 구도에서 나 전 의원과 안 의원이 결선에서 연대하는 시나리오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김 의원 입장에선 기존 룰이었다면 득표율에 상관없이 1위만 하면 되지만 이제 과반을 얻어야 결선투표의 위험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 표밭이 상당 부분 겹치는 나 전 의원을 최대한 밀어내고 그만큼 더 얻어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 17일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간 사이 이례적으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나 전 의원을 직격하고, 친윤계 초선 의원 중 80%에 달하는 50명이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것도 그런 배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친윤계가 비윤계인 유승민 전 의원의 당선을 저지하고, 난립한 친윤계 주자들을 정리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도입한 결선투표가 친윤계에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선투표가 진행됐을 때 두 후보 간 상호 비방이 전당대회 후 당내 통합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18일 “이틀간의 결선투표로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상대 이미지에 상처를 내려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며 “벌써 재산 문제나 후보 주변 인물 중에 누가 위험하다는 등 얘기들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전당대회에서 ‘박심’ 논란과 서청원·김무성 후보 간 치열한 경쟁으로 후유증이 남고 2016년 총선 패배로 이어졌던 사례가 언급되기도 한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 강남병 당원 간담회에서 한 당원이 “(2014년 전당대회 후) 2016년 총선에서 폭삭 망한 것을 잘 알고 있다. 후보들끼리 비방하거나 싸우지 말고 아름다운 전당대회가 되도록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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