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 던지라고…” 국민타자가 겁냈던 잠수함 컴백, 2018 영광 재현 나선다

이후광 2023. 1. 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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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치국 / OSEN DB

[OSEN=이후광 기자] “감독님이 저보고 살살 던지라고…”

두산 사이드암 투수 박치국(25)은 신인 시절 삼성에서 은퇴 시즌을 보내고 있던 이승엽과 두 차례 만났다. 결과는 모두 삼진.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며 예우를 표했지만 승부가 시작되자 신인답지 않은 냉철함을 앞세워 대선배를 삼진으로 돌려보냈다. 

박치국은 2017년 5월 4일 대구에서 처음 이승엽을 상대했다. 당시 17-2로 크게 앞선 9회 등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대타로 등장한 이승엽을 8구 승부 끝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후 이승엽의 커리어 마지막 두산전이었던 9월 17일 대구 경기에서는 20-5로 앞선 7회 무사 1루서 5구째 절묘한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최근 잠실에서 만난 박치국은 “당시 감독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라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더 집중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며 “감독님이 지나가면서 살살 던지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런 타자가 우리 팀 감독님으로 오실 줄은 몰랐다. 사실 최근에도 그 영상을 찾아서 돌려봤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승엽 감독에게 묻고 싶은 질문도 생겼다. 박치국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감독님께 그 때 공이 어땠는지 한 번 여쭤보고 싶다. 감독님과 아직 많은 대화를 못 나눴지만 기대가 된다”라고 말했다. 

2018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박치국 / OSEN DB

이승엽을 두 번이나 삼진 잡았던 박치국은 세월이 흘러 이승엽 감독이 꼭 필요로 하는 필승조가 됐다. 팔꿈치 부상을 털어낸 그의 목표는 다시 필승조로 도약해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던 2018년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다.

제물포고를 나와 2017 2차 1라운드 10순위로 두산맨이 된 박치국은 데뷔 첫해부터 신예답지 않은 승부사 기질을 앞세워 필승조 한 축을 꿰찼다. 신인 대부분이 겪는 2년차 징크스도 없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과 함께 67경기 1승 5패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3.63의 호투를 선보였다. 박치국은 2019년 14홀드를 거쳐 2020년 63경기 4승 4패 7홀드 평균자책점 2.89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러나 팔꿈치가 5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나날을 버티지 못했다. 2021 스프링캠프 때부터 팔꿈치에 경미한 통증을 느낀 박치국은 시즌에 돌입해서도 잦은 기복과 두 차례의 부상자명단 등재 등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MRI 검진 결과 수술이 결정되며 2021년 6월 24일 키움전을 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박치국은 지난해 6월 15일 키움전에서 복귀했지만 15경기 1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5.40을 남기고 다음해를 기약했다. 팔꿈치 인대 부위에 불편함을 느끼며 다시 6개월이 넘는 장기 재활에 돌입했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떨까. 다행히 2023시즌 출발에는 지장이 없다. 박치국은 “이천에서 계속 훈련을 진행했다. 캐치볼을 하면서 현재 하프까지 진행한 상태다. 몸 상태가 생각보다 너무 좋다”라며 “스프링캠프 합류 후 바로 투구에 들어간다고 해서 몸을 최대한 빠르게 만들고 있다. 확실한 상태를 만드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두산 박치국 / OSEN DB

박치국은 운 좋게도 복귀 시즌 1~2년차 시절을 함께했던 양의지와 재회하게 됐다. 양의지와 함께한 2018년이 전성기였기에 기대감은 당연히 크다. 박치국은 “내가 가장 잘했을 때 포수가 (양)의지 선배였다. 기대가 된다”라며 “그 때도 아시안게임이 있었는데 올해도 아시안게임이 있다. 계획대로 잘 된다면 다시 한 번 출전해보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 동안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올해는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다는 마음이다. 박치국은 “2020년 잘한 뒤 2021년 수술했고, 2022년 또 아팠다”라며 “내 마음가짐은 2018년으로 되돌아갔다. 현재 내 자리는 없고 다시 보여줘서 올라가야 한다. 정철원, 최승용 등 잘하는 투수들이 많이 나와서 내 자리는 없다는 마음을 갖고 시작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만일 다시 필승조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치르는 게 목표다. 박치국은 “모든 재활은 끝났다”라며 “올해는 안 아프고 끝까지 완주하고 싶다. 수술한지 1년이 넘었고 재활도 많이 했다. 팔 상태가 괜찮아졌기 때문에 더 준비를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부상 재발을 위해 보강 운동도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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