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세금 부과하라” 다보스포럼에서 ‘부유세’ 도입 외치는 슈퍼리치들
“지금, 우리에게 세금을 부과하라.”
전 세계 슈퍼리치(초부유층) 200여명이 18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리더들을 향해 부유세 도입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부의 쏠림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현재의 분열된 세계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며 “부유층에 세금을 거둬 슈퍼리치 시대를 끝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슈퍼리치들이 자신과 같은 초부유층에 각국 정부가 세금을 부과해 생계 위협을 겪고 있는 수십억명을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공개서한 작성자 중에는 월트 디즈니 가문의 상속자 애비게일 디즈니, 영화 <마블> 시리즈에서 ‘헐크’ 역을 맡았던 배우 마크 러팔로 등 유명인들도 포함됐다.
서한에서 이들은 “우리는 빈곤 증가와 부의 불평등 확대 등 극단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극단의 시대는 지속 불가능하고 위험하며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용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왜 (각국 정부는) 극도의 부를 용인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명은 재산을 2배 이상 불렸지만, 나머지 99%는 수입이 감소했다”며 “해결책은 간단하다. 우리(슈퍼리치)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간단하고 상식적인 경제학”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올해 다보스포럼 주제인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엘리트들이 분열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다보스포럼은 무의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이 다보스포럼에 개막 하루 전인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42조달러(약 5경2000조원)의 새로운 부가 창출됐고 이 중 63%(26조달러)가 세계 상위 1%에 돌아갔다.
특히 이들의 재산은 지난해 식품·에너지 산업의 수익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급증했지만 세율은 오히려 부자들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옥스팜은 세계 부자 순위 2위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2014~2018년 적용된 ‘실질 세율’이 3%에 불과했지만, 한 달 소득이 80달러인 우간다의 밀가루 상인에 적용된 세율은 4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부유세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부유한 시민의 공적 기부금’이라는 ‘에이스포라’가 존재했다. 부자들만 내는 ‘부유세’였는데, 기원전 4세기 무렵 에이스포라를 내는 부자는 아테네 인구의 4%에 달했다.
부유세는 40년 전까지만 해도 인기있는 조세 제도였다. 1980년대 유럽 25개국 중 14개국이 부유세를 채택했다. 하지만 부자들이 자본을 해외로 빼돌리는 일이 잦아지자, 결국 다수 국가들이 부유세를 폐지했다.
옥스팜은 전 세계 부유층에게 연간 최고 5%의 부유세를 부과하면 매년 1조7000억달러(약 2100조원)를 더 모을 수 있고, 추가 세수를 통해 빈곤층 20억명을 도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리스매체 그릭리포터는 “고대 아테네에서는 부자들이 서로 더 많은 세금을 내기 위해 경쟁했다. 부유세를 더 많이 내는 것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방법이었다”며 세계의 부자들에 새로운 경쟁을 제안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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