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국내 임상 5년 연속 1위…"세상에 없는 신약 내놓겠다"

이지현 2023. 1. 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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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구개발비 1600억 투입
파이프라인 87개로 대폭 늘려
항암 이중항체 바이오신약과
희귀 말초신경질환 치료제 도전
황반변성 바이오시밀러 출시
국내는 물론 동남아·중동 공략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들이 신규 원료 합성 중 분리 정제 실험을 하고 있다. /종근당 제공


종근당이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연구개발비를 집중 투입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대폭 확대하면서다. 종근당은 지난해 매출의 12.2%인 1628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해 파이프라인을 2년 새 56개에서 87개로 대폭 늘렸다. 지난해 국내에서 임상 21건을 승인받아 5년 연속 임상 건수 1위를 기록했다. 세상에 없던 신약(퍼스트인클래스)과 치료제가 필요한 미충족 수요 의약품을 내놓는 게 목표다.

○성과 가시화 … 미래 성장동력

종근당의 연구개발 투자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종근당은 황반변성 치료제 바이오시밀러인 루센비에스를 지난 13일 출시했다. 루센비에스는 라니비주맙을 주성분으로 하는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다. 종근당은 자체 개발 기술인 항체절편 원료제조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네스벨에 이어 종근당에서 선보인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황반변성은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황반이 노화와 염증으로 기능을 잃는 질환이다. 심하면 실명을 유발하는데 인구 고령화 탓에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습성 황반변성은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진 혈관에서 누출된 삼출물이나 혈액이 망막과 황반을 망가뜨리는 질환이다.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3대 실명 원인 중 하나다.

종근당은 바이오시밀러 생산을 위한 자체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 2012년 고생산성 균주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라니비주맙 항체 원료의약품 제조기술을 확보했다. 천안공장에서 원료 의약품을 생산해 2018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서울대병원 등 25개 의료기관에서 루센비에스의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오리지널 약물과 임상적 동등성을 확인했다. 앞으로 320억원 규모 국내 시장은 물론 2000억원 규모 동남아시아, 중동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바이오신약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유럽종양학회에서 항암 이중항체 바이오신약인 ‘CKD-702’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CKD-702는 암 성장과 증식에 영향을 주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와 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를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항암 이중항체다. EGFR과 cMET에 결합해 분해를 유도하고 신호를 차단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암 세포를 없애도록 돕는 항체 의존성 세포 독성을 일으켜 표적 항암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종근당은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CKD-702의 임상 1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선별된 환자에게 치료 효과를 확인해 미충족 수요가 높은 다양한 암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에서 주목하는 혁신신약

신약 개발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5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국제말초신경학회에서 샤르코마리투스 신약 ‘CKD-510’의 유럽 임상 1상시험 및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CKD-510은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를 저해하는 비하이드록삼산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 학회에서 CKD-510은 레이트 브레이킹 포스터(Late-breaking poster)로 채택됐다. 학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결과물이 나오면 학회 자료 제출이 마감된 뒤에도 추가 발표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하루 한 번 먹는 약으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뒤 유럽 임상 2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샤르코마리투스는 유전자 이상 탓에 생기는 희귀 말초신경질환이다. 손과 발의 근육이 위축되고 모양이 바뀌어 운동·감각기능 등을 잃게 된다. 걷는 게 힘들어지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아직 허가받은 치료제는 없다. 2020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CKD-510을 샤르코마리투스 질환군의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종근당은 CKD-510을 심장질환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 CKD-510의 심방세동 질환군 대상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를 통해 CKD-510이 심방세동 환자에게 발생하는 미세소관 붕괴를 억제해 칼슘 이온이 정상적으로 이동하도록 돕고 심방세동 부담을 줄여줘 좌심실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제대로 수축되지 않아 맥박이 불규칙해지는 질환이다. 이 질환이 있는 사람은 관상동맥질환, 고혈압성 심장질환, 확장성 심부전 등을 함께 호소한다. 이온채널차단제가 치료에 활용되지만 약효가 불충분한 데다 안전성이 떨어져 신약 수요가 높다.

CKD-510은 심장 리듬 조절과 심박수 조절 치료뿐 아니라 질환의 근본 원인을 개선하는 새로운 개념의 후보물질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전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심방세동 외에 다양한 심장질환 치료제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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