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산 오페라하우스…정면부 공법 놓고 ‘시끌’

권기정 기자 2023. 1. 1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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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오페라하우스 조감도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건물 정면부(파사드) 공법을 놓고 시끄럽다. 부산시가 최근 공법기술자문위원회 를 열어 ‘스마트노드’ 공법 추진을 발표하자 정작 자문위원들은 “우리 의견은 반영 안됐다”라고 밝혔했다. 시민단체는 “부산시가 미리 공법을 정해 놓고 자문위원회 논의를 주도했다”고 비판했다. 공법 변경 논란이 지속되면서 공사 지연과 공사비 증액도 불가피해 보인다.

오페라하우스는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지구 2만9542㎡ 부지에 3050억원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5층(연면적 5만1617㎡)의 규모로 건립하는 공연예술장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북항 재개발이 물류 중심에서 해상관광 중심으로 바뀌면서 문화·공연시설 건립 논의가 시작됐다. 2008년 롯데그룹이 1000억원의 기부를 약정하면서 건립 논의가 본격화했다.

당시 대형 공연장이 속속 문을 열고 있는 상황에서 오페라하우스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재원 조달은 쉽지 않았다. 계획대로 2018년 완공해도 연간 30억원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시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부산항 북항에 건립 중인 오페라하우스. 현재 공정률은 40%이다. 부산시 제공

우여곡절 끝에 2016년 해양수산부로부터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하고, 부산항만공사와 공동 건립하기로 하면서 2018년 5월에서야 공사가 시작됐다. 오페라하우스의 파사드는 진주를 품은 조개가 바다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으로 설계됐다. 조개의 위 껍데기 역할을 하는 지붕은 비스듬하게 지어 옥상으로 사용해 산책로와 공중공연장, 전망대 역할을 하는 ‘열린 오페라하우스’였다.

이후 4년이 지났지만 공정률은 40%에 그친다. 설계사가 파사드를 외관이 뛰어난 트위스트 공법으로 설계했으나 시공사가 이는 시공이 어렵다며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2020년 시공사에 대안설계를 지시했고, 시공사는 비교적 제작이 쉬운 폴딩 공법을 제안했으나 이번에는 설계사가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부산시는 공법기술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 11~12월 4차례 위원회를 개최한 끝에 지난 9일 스마트노드 공법으로 확정했다. 부산시는 “스마트노드공법을 우선 적용하고 불가능할 때를 대비해 폴딩공법과 트위스트공법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트위스트공법은 부재를 꽈배기처럼 꼬아 회전하도록 한 것인데 외관이 뛰어나다. 폴딩공법은 부재가 접히도록 하는 것으로 제작이 용이하지만 외관은 가장 떨어진다. 스마트노드 공법은 안전성이 높지만 하자가 발생할 때 유지보수가 어렵다.

위원들은 “공법마다 장단점을 고려해야하는데 부산시가 스마트노드 공법으로 결론을 내기 위해 논의를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위원들은 대다수가 폴딩 공법이 최선이라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산참여연대는 “부산시가 자문위원들을 들러리로 세웠다”라며 “2019년부터 논란된 공법을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채 부산시민의 세금을 낭비한 공무원에 대해 부산시장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자문위원회의 결론과 다른 공법을 채택한 이유를 공개하고 그 과정에서 유착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법 변경으로 인해 공사는 1년 연장되고 사업비는 수백억원이 더 투입될 것으로 보여 향후 책임 소재를 놓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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