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매, 40년 만의 비행 마침표…“다시 만나 행복이라는 단어를 품고 살았다”

2023. 1. 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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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
송골매의 두 주역 배철수 구창모가 40년 만에 다시 만나 KBS 대기획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KBS, PRM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또 한 번 ‘티키타카’가 시작됐다. 40년 만에 다시 뭉친 송골매의 두 주역 배철수 구창모다.

“늘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을 끝으로 끝나는 거예요. 사람 일이 어떻게 될 진 모르지만, 현재까진 다시는 음악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진 않아요.” 배철수의 이야기에 구창모가 말을 보탠다. “얘기를 할 때마다 ‘인생과 세상 일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해요.”

1980년대 그룹사운드 전성기를 이끌었고, 한국 대중음악계에 밴드 DNA를 심은 송골매가 돌아왔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전국투어 콘서트를 마무리한 뒤, 대미를 장식하는 공연으로 지난달 1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송골매의 콘서트는 밴드의 54년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최종편이다. 다가오는 설 연휴 ‘KBS 대기획’(1월 21일 방송)으로 시청자와 만날 이번 공연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KBS에서 기자들과 만난 두 사람은 지난 투어의 여운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4개월간 이어진 송골매의 전국투어는 두 사람에게도 각별하게 남아있다. 배철수는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구창모와 40년 만에 다시 무대에서 노래하는데, 이렇게 관객들이 호응해주실 줄 몰랐다”며 “놀랄 만큼 호응을 많이 해줘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구창모 역시 “공연할 때나 방송할 때나 항상 설렌다”며 “가슴의 설렘이 첫사랑에 빠졌을 때 기분의 10배는 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공연 큐 사인 전 영상이 나오는데 일생 느낀 적 없는 소름이 돋고 흥분이 됐어요. 흥분 200%, 긴장 200% 상태로 어떻게 걸어 나가 공연을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공연 막바지엔 눈물을 흘렸어요.” (구창모)

오랜만에 다시 만나 꾸민 무대를 통해 주 사람은 떨어져 있던 긴 시간의 아쉬움을 달랬다. 구창모는 “1980년대 활동할 때보다 더 가슴에 와닿았다. 그런 감동이 더 컸다”고 했다. 배철수 역시 “1980년대 구창모 노래를 들을 때도 싫증나지 않았지만, 40년 만에 구창모 노래를 옆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벅찬 심경을 전했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KBS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은 공연장을 직접 찾지 못한 오랜 팬과 시청자들의 묵은 갈증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KBS 대기획’은 그간 나훈아 심수봉 임영웅 등의 TV쇼를 선보이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송골매의 두 주역 배철수 구창모가 40년 만에 다시 만나 KBS 대기획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KBS, PRM 제공]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편은지 PD는 “송골매의 명곡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독보적 장르”라며 “아이돌 음악과 트로트로 양분화된 현 가요계에서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라 생각했다. 1980년대 청춘을 바치고 가족에 희생하느라 문화적 혜택에 소외된 분들께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979년 록 밴드 활주로 출신 배철수를 중심으로 결성된 송골매는 1982년 홍익대 출신 록밴드 블랙테트라의 멤버 구창모와 김정선을 영입하며 밴드의 전성기를 열었다. 그 해 1월 발표한 송골매 2집의 타이틀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당시 KBS ‘가요톱텐’에서 5주간 1위에 올랐고, 후속곡 ‘모두 다 사랑하리’는 4주간 1위를 차지했다. 1982~1985년까지 4년 연속 ‘록 그룹상’을 수상한 명실상부 ‘밴드 문화의 아이콘’이자 1980년대를 대변하는 ‘청춘의 상징’이었다.

배철수는 “언젠가 우리 공연에 온 젊은 분이 우리 노래를 두고 ‘예전 음악 같지 않다’며, 송골매 음악이 힙하게 들렸다고 했다”며 “젊은 세대들이 TV로 꼭 봐주셨으면 한다. ‘송골매 음악이 이렇게 좋았나?’ 깜짝 놀랄 것이다”라고 자부했다. 동시대를 보내고 송골매를 그리워한 세대에게도 특별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철수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는 트로트만 들었을 거라고 오해하는 젊은 세대가 있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가장 록 음악을 많이 들었던 세대다”라며 “설 명절에 모든 세대가 모인 김에 이런 다양한 노래를 들었다는 걸 자랑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송골매의 ‘아득히 먼 곳’을 부르며 화제가 된 배우 이선균, ‘모두 다 사랑하리’를 리메이크한 엑소 수호, 송골매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가수 장기하가 게스트로 출연한다.

KBS 대기획으로 마련된 송골매 콘서트에 출연한 엑소 수호. [KBS, PRM 제공]

편 PD는 “이선균과 수호, 장기하는 겹치지 않는 매력이 있다”며 “수호는 송골매의 곡을 리메이크 했을 정도로 인연이 깊고, 장기하는 자칭 ‘송골매 직계후배’다. 실제로 송골매 공연을 즐길 정도로 팬이다. 이선균은 드라마에서 화제가 됐는데 그 순간을 꺼내 와서 송골매 팬들에게 감동을 드리고 싶었다. 무모함을 무릅쓰고 이선균을 섭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창모는 “세 사람이 확연히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와 다른 세대였는데 자기 색대로 음악을 잘 소화해서 기쁘게 들었다. 우리도 그 세대에 동화돼 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좋아하는 후배들이다”라며 “KBS에서 송골매로는 약하다는 생각으로 대중에게 소구력이 있는 가수를 섭외해준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TV를 통해 만나는 송골매의 공연을 통해 배철수는 한국 대중음악계에선 ‘희귀 장르’가 된 전통 밴드음악을 들려줄 계획이다. 그는 “송골매는 가수가 아닌 밴드다. 가수가 노래하면 노래하는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며 “송골매의 공연을 통해 악기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밴드 음악의 진수를 맛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지는 뒀지만, 이젠 정말 마지막이다.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5개월의 여정을 돌아보며 배철수는 “오만 가지 생각이 다 스쳐 지났다.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40년 만에 만나서 공연하는데 너무 일을 크게 벌이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객석을 가득 채워준 관객을 보면서 꿈을 꾸는 듯 실감이 안 났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가슴 속에 담고 있었어요. 우리를 사랑해주는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이에요. 그 행복이 우리 뿐만 아니라 여러분과 공유했다고 생각합니다.”(배철수, 구창모)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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