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형식 없어도 내면의 美 드러나는 게 동양의 미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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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中庸)과 시경(詩經)에 등장하는 시어 '의금상경'(衣錦尙絅)은 '비단옷 위에 삼(麻)옷을 걸치다'라는 의미다.
위나라 임금과 혼인한 제나라 귀족 여성 장강이 비단옷을 입으면서도 백성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그 위에 삼옷을 입은 데서 유래한 이 말은 화려한 형식을 감추면서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을 표현할 때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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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중용(中庸)과 시경(詩經)에 등장하는 시어 '의금상경'(衣錦尙絅)은 '비단옷 위에 삼(麻)옷을 걸치다'라는 의미다. 위나라 임금과 혼인한 제나라 귀족 여성 장강이 비단옷을 입으면서도 백성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그 위에 삼옷을 입은 데서 유래한 이 말은 화려한 형식을 감추면서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을 표현할 때 쓰이고 있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의금상경을 주제로 한국과 중국의 회화작가 15명의 작품을 한데 모은 전시가 시작됐다,
전시를 기획한 이진명 학고재 이사는 2013년 세상을 떠난 이동엽을 비롯해 1977년생 박인혁까지 기법이나 표현 양식이 제각각인 작가들을 '의금상경'이라는 키워드로 묶었다.
단색화가로는 최명영(82)과 이동엽이 참여했다. 색을 최소화하고 힘을 응축하는 태도가 의금상경의 미의식과 이어진다. 회화를 정신적 수행의 과정으로 해석하는 최명영은 붓을 쓰지 않고 손가락에 물감을 입히고 눌러서 그림을 그린다. 이동엽은 생전 50여 년간 백색의 단색화를 그렸다.
부친인 박두진 시인이 제시한 '내일의 너'를 화두로 삼는 박영하(69)의 작업에서는 나무 기둥이나 토담을 연상하게 하는 마티에르가 두드러진다.
이인현(65)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캔버스에 붓을 대지 않고 염색하는 기법으로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에폭시 레진을 칼로 그어 물감을 바르고 다시 에폭시를 부어 굳혀서 칼로 긋고 물감을 바르는 과정을 반복한 김현식(58)의 작업은 회화의 깊이감을 구현한 것이다.
전시 작가 중 가장 최연소인 박인혁(46)은 이우환의 '바람'(Winds) 연작과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천광엽, 장승택, 김길후, 김영헌, 박기원, 박종규, 박현주, 윤상렬, 중국 작가 왕수예(王舒野)의 작품 등 총 55점이 학고재 본관과 신관에 전시된다.
이진명 이사는 "의금상경은 동아시아 미의식의 원초 같은 정신"이라며 "숨기기에 오히려 깊이가 우러나는 은수(隱秀)의 미학 역시 의금상경으로부터 내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월25일까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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