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선도로 달리는 전국 최초 ‘자율주행버스’ 직접 타보니[현장에서]
최근까지 500여명 탑승·신청자는 1000여명
승객 “친절한 정보 만족하지만, 승차감 아쉬워”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
지난 17일 낮 12시 20분 세종 고속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송역으로 향하는 ‘자율주행 버스’ 안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운전기사인 김현섭씨(27)는 곧바로 운전대에서 손을 놓았다.
그의 뒤편엔 승하차 지원을 비롯해 자율주행 안내, 응급상황 대응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안전요원인 김동찬씨(32)가 탑승해 있었다. 승객들은 버스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자율주행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안전요원 김씨는 “차량의 속도는 물론 각 정류장까지의 남은 거리 등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와 세종시·충북도는 지난달 27일부터 세종 고속시외버스터미널과 오송역 사이 22.4㎞ 구간을 운행하는 ‘BRT(간선급행버스) 전용 자율주행 버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서울 등에서 관광용의 자율주행차가 자율주행 시범 운행지구에서 운행된 적은 있었지만, 간선도로에서 자율주행 버스가 달리는 건 전국 최초다. 현재 3대의 자율주행 버스는 해당 구간에서 일반 버스와 함께 운행되고 있다.
이 차량은 도로별 제한속도에 맞게 시속 50㎞ 또는 빠르게는 70~80㎞로도 주행했다. 탑승 인원은 일반 버스와 비교해 제한적이었다.
15인승 레스타 차량인 이 버스엔 최대 12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그리고 안전요원 자리를 뺀 나머지 좌석이다. 운전자 김씨는 “시범운영 기간을 거친 뒤에는 현재 차량보다 규모가 큰 버스에 자율주행 프로그램이 설치돼 운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여 일간 운행한 자율주행 버스에 지금까지 500여명의 승객이 탑승했다. 탑승을 신청한 이들은 1000여명을 넘어섰다.
간혹 버스 외부에 부착된 정차역 표시만 보고 무작정 자율주행 버스를 타려는 승객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로인해 안전요원 김씨는 정류장에 잠시 설 때마다 “자율주행 버스엔 사전 예약한 승객만 탑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행 도중엔 “자율주행을 해제합니다”라는 방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운전자 김씨는 “갑자기 사람이 도로에 뛰어들거나, 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구간에서는 직접 운전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배차시간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도착역인 오송역에 예정대로 오후 1시 20분에 정확히 도착했다.
승객 신지현씨(30)는 “3주 전쯤 버스 정류장에서 홍보 포스터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돼 자율주행 버스에 탑승하게 됐다”며 “모니터를 통해 도착 시간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좋았으나 승차감은 일반 버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과 충북을 오가는 자율주행 버스는 월요일~금요일 정오부터 오후 4시 사이 왕복 6회 운행된다. 기존 BRT 노선 8개 정류장에 정차하며, 배차 간격은 40분이다.
세종시·충북도 누리집, BRT 정류장 포스터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사전 체험신청을 하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무료 서비스 기간은 오는 5월23일까지다.
세종시 관계자는 “내년부터 조치원을 비롯한 청주공항, 공주, 천안, 아산 등 충청권 주요 지역으로 자율주행버스를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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