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부동산·가계부채 우려…경기·금융안정 고려할 것"

최나리 기자 2023. 1. 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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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오늘(1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언론회관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금융 안정과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상쇄)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총재는 오늘(18일)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지난해에는 5% 이상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가에 중점을 뒀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올해 물가 흐름에 대해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뒤늦게 반영되며 주요국과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해 유로 지역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 요금 상승률은 40%를 상회했지만, 한국에서는 13%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올해 유가 수준이 지난해보다 낮아지더라도 한국의 경우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올해 전기·가스요금에 뒤늦게 반영돼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주요국보다 더딜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총재는 "금융 안정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 어려움도 커질 것"이라며 "부채 문제로 한국 금융시스템에 단기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나 부동산 관련 부문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통화정책 운용 여건과 주요국과의 공통점으로는 예상치 못한 높은 인플레이션, 달러화 강세, 높은 레버리지 수준 하에서의 통화 긴축을 들었습니다.

다만 이 총재는 "이러한 공통점 내에서도 한국만의 특수성이 나타났다"며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는 공통적 현상이었으나 초래한 요인은 국가별로 달랐다"고 분석했습니다.

유로 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공급요인 영향이 컸고, 미국은 팬데믹 회복과정에서 늘어난 재정지출, 노동시장 구조 변화 등으로 물가 압력이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 총재는 "한국의 경우 수요, 공급 요인의 기여도가 양 지역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CPI의 근원 품목(식료품·에너지 제외) 기여율은 한국이 54.7%, 미국이 66.8%, 유로 지역이 33.1%였습니다.

외환시장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쏠림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총재는 "원화는 지난해 8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달러 강세 속도보다 더 빠르게 절하됐다"며 "중국 경기둔화·일본 엔화 가치의 가팔라진 절하 등에 주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105%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특징으로 꼽혔습니다.

이 총재는 "한국의 가계부채 구조는 통화정책 결정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한국의 단기부채·변동금리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통화 긴축·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소비지출·경기 민감도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만기가 1년 이하인 가계부채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며 가계부채의 80% 정도가 변동금리 대출로 구성돼있습니다.

이 총재는 "한은은 이러한 정책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앞으로 통화정책을 더 정교하게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시장과의 투명한 소통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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