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갈등 조장"… 대기업 공공SW 진입제한 10년, 잇단 '쓴소리'
올해로 10년이 된 대기업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 참여제한 제도에 대해 업계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자화자찬식 제도 평가가 아니라 해당 제도가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생태계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냉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 조명희 의원(국민의힘) 등 국회 ICT 융합포럼 공동 대표 주최로 열린 '공공 SW(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정책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와 "사업 방식은 그대로인데 (대기업 및 중견·중소기업들이) 시장만 나누는 결과를 낳았다"며 "정부의 부적절한 정책결정은 기업 갈등을 조장하고 책임을 기업에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공공 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는 2013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대기업의 공공 SW 시장 독과점을 제한하고 역량 있는 중견·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이후 4차 산업혁명 도래, 코로나19 확산 등 대내외 환경 변화로 대기업의 레퍼런스(사업실적)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20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적용된 사업, 기업이 50% 이상 투자하는 민간투자형 사업, 긴급 장애대응 등 대기업이 공공 SW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예외인정 기준과 범위를 확대하도록 제도를 완화하기도 했다.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도 이달 10일 공공 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올해 ICT 분야 규제혁신 과제로 확정,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히며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와 관련한 업계의 논란도 커지고 있다.
채 부회장은 "대기업 참여제한은 특정 사업자군을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강력한 규제임에도 제도 시행 후 정부 주도의 효과 분석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또 "제도 시행 후 정부 주도의 효과 분석은 정책연구 1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정책연구 1건이 전부"라며 "강력한 규제를 시행한 만큼 매년 효과분석을 시행해 타당성 및 실효성을 분석하고 존속기한을 설정하는 일몰제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유지·폐지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는 가장 큰 이유를 '공공시장의 열악한 예산' 및 '부적절한 사업수행 구조' 탓이라고 지목했다. 예산 자체도 열악하고 SW 사업대가 산정기준 역시 개발 기술자의 업무숙련도를 반영하지 못할 정도인 데다 신규개발 사업규모 감소 및 유찰 증가 등과 같은 공공 SW사업의 문제가 시장의 정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작은 파이를 두고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싸우게 만든 근본 원인이 바로 공공기관에 있다는 지적이다.
채 부회장은 "공공 SW 사업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는 기본 인프라와 가격, 프로세스가 우선적으로 복원돼야 참여자간 상생이 가능하다"며 "적극적 예산 투입, 적정 예산 수립과 적정 사업대가 지출이 우선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했다.
한윤재 SK(주) C&C 부사장도 이날 토론자로 나와 "대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제도를 풀자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껏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에 대한 정부의 평가는 단순히 중소기업 수가 늘고 중소기업의 매출·이익이 늘었다는 정도이지만 이는 대기업이 빠진 만큼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일 뿐 제대로 된 평가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한 부사장은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했는지, 되레 발전을 저해했는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현행 제도의 평가 및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되레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소기업 측을 대변해 토론자로 나온 아이티센 계열 쌍용정보통신의 은윤오 전무는 "(대기업 등) 상호출자제한 기업의 참여제한에 대한 예외를 지속 확대한 결과 지난 10년간 SW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중견·중소기업의 존속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은 전무는 "원칙 없는 예외 적용을 지양하고 비현실적 신기술 분야 사업 기준을 명확화하는 등 (대기업 참여제한의) 예외의 범주와 해석을 엄격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10년의 성과를 보존하면서 상생을 토대로 한 제2의 입법체계를 논할 시점"이라고 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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