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뭉친 文 인사들 '사의재' 출범…"文정부 왜곡·폄훼 적극 대응"

이원광 기자 2023. 1. 1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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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정세균(가운데) 전 총리와 박능후 전 장관, 박범계 전 장관을 비롯한 내외빈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의재' 창립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악의 다툼이 아니라 선명한 정책 경쟁이 불꽃 튀는 선진사회를 만드는데 전력하겠다" - 박능후 사의재 상임대표

문재인정부의 장·차관 및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18일 정책포럼 '사의재'(四宜齋)를 공식 출범하고 "문재인정부의 모든 정책을 왜곡·폄훼하고 나아가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국정 운영은 성공과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시기에 사의재가 출범한 것과 관련 "친문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게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들은 또 이 대표가 "충분히 이해하고 지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시 뭉친 文 인사들, 사의재 공식 출범…박능후 전 장관, 상임대표

사의재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창립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상임 대표를 맡았고 공동대표로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조대엽 전 정책기획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방정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운영위원장직을 수행한다.

사의재는 정책 포럼으로 4개 분과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정치·행정 분야 1분과 위원장은 윤태범 전 지방행정연구원장 △경제·일자리 분야 2분과 위원장은 김유찬 전 조세재정연구원장 △사회 분야 3분과 위원장은 김연명 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 △외교·안보 분야 4분과 위원장은 미정이나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 김도균 전 수방사 사령관, 김창수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등이 거론된다.

사의재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전남 강진에 머무셨던 처소의 이름으로 정조 임금이 세상을 떠난 뒤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다산 선생이 학동들을 가르치고 수많은 저서를 편찬한 곳이다. 문재인정부 인사들이 부족했던 부분을 성찰하고 성과는 계승하며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자는 의미로 포럼명을 이같이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던 도종환 의원이 제안했다.

정현백(왼쪽부터)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정세균 전 총리, 도종환 전 장관, 전해철 전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의재' 창립 기자회견에서 참석해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문재인정부 정책과정을 범죄로 둔갑…전대미문 국정운영"

사의재는 오늘날 정치와 토론의 실종 상황을 우려하며 미래 비전을 위한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상임대표는 "작금의 상황은 좁은 사법의 틀 안에 토론과 정치가 갇혔다"며 "토론의 광장으로 끌어내서 미래 비전을 보여주고 방법을 찾는 것이 저희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정부의 한계에 대해서는 성찰하고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면서도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정확한 사실을 알리겠다"고 했다.

조대엽 사의재 공동대표 역시 이날 "현 정부의 도를 넘어서는 전 정부 지우기나 전 정부 정책 과정을 범죄로 둔갑시키는 전대미문의 국정운영은 전 정부 5년의 국민을 지우고 5년의 대한민국을 비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 정부의 국민이 현 정부의 국민과 다르지 않다. 지우거나 비튼다고 축적된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이뤘던 대한민국 역사와 현 정부가 지우거나 범죄화하고자 하는 역사를 국민과 함께 꼼꼼히 확인하고 사실과 거짓을 분명하게 하고자 한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힘을 보탰다. 정 전 총리는 이날 "8개월여 기간이 흘렀는데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보다 걱정과 근심을 주는 정부가 아닌가 판단을 한다"며 "제가 보기에는 시의적절하고 꼭 필요한 (포럼) 출범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과도하게 사의재 출범을 정부와 대결구도로 몰아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방정균 운영위원장은 "오로지 그 목적으로만 포럼을 하는 것은 아니고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가겠다는 데 목적이 있다"며 "너무 지나치게 지금 정부와 대결 구도로 포럼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부탁이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의재' 창립 기자회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친문 이름으로 모인 것 아냐…이재명도 이해·지원"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기소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사의재가 친문(친 문재인 대통령)계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 상임대표는 "자발적 모임으로 친문 세력의 결집이라기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참여한 분들"이라며 "친문이라고 물으면 '내가 친문' 인가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친문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게 아니라 전 정부의 국정을 반성하고 성찰하고 계승·발전시킬 것인지 무엇인가 (고민한다)"며 "친문이라는 이름은 꼭 틀린 것도 아니나 맞지도 않다"고 했다.

이들은 또 포럼 출범과 관련 문 전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대표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박 상임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께서 퇴임사에서 앞선 정부의 잘된 정책들은 후임 정부가 이어받아서 더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제가 들은 바로는 이재명 대표께서 그런 모임은 있어야 하는 모임이라고 했고 충분히 이해하고 지원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당내 일각에선 정권 교체의 책임이 적잖은 이들이 철 지난 정책을 다시 꺼낸다는 비판도 있다. 박 상임대표는 "단점이 발견되면 빨리 보완해야 하는 것이고 가변적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1가구 1주택' 표현이 민주당 헌법 격인 강령에서 삭제된 데 대해선 "어떤 특정 정책이 삭제되거나 강조됐는지가 아니라 그 시기에 적절한가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가에 따라 정책이 확장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설 명절을 앞두고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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