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 “임금인상은 사회적 책무”…인플레이션 수당 지급도
일본 최대 기업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고물가 대응을 위해 임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자들의 생활을 돕기 위해 ‘인플레이션 수당’을 지급하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게이단렌은 올해 ‘춘투’(노동조합들의 봄철 임금인상 투쟁)에 앞서 사용자 측의 협상 방침을 보여주는 ‘경영노동정책 특별위원회 보고’를 이날 발표했다. 게이단렌은 보고에서 “최근의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화 약세가 노동자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며 “임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게이단렌 측은 임금 인상의 구체적 방안과 관련해서는 기본급 인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이단렌은 과거 기본급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2014년 이후 점차 긍정적인 태도로 바뀌어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1년부터는 “기본급 인상도 선택 사항이 될 수 있다”, “수익 상황에 따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여러차례 언급해 왔다.
게이단렌은 중소기업 임금 인상의 중요성과 함께 이를 위한 대기업들의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소기업들의 거래 조건을 개선하고, 이들의 임금 인상 동력이 되는 납품 단가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대기업들의 관심을 촉구한 것이다.
재계의 이같은 입장은 최근 심화된 일본의 인플레이션 고충을 반영한 것이다. 고물가 영향으로 일본 노동자들의 실질임금(물가상승을 반영한 임금)은 위축되고 있으며, 가구당 가계 부담은 지난해 전년 대비 9만6000엔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금 상승을 핵심 과제로 꼽았으며, 기업에도 임금 인상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특별수당도 지급하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달 특별지원금으로 1인당 최대 10만엔(약 96만원)을 지급했고, 시장조사 회사 오리콘은 ‘인플레이션 특별수당’을 신설해 지난해 10월부터 월급에 1만엔을 더해 지급해 오고 있다. 신용정보회사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조사에서 인플레이션 수당을 지급하고 있거나 지급을 검토하는 기업은 26.4%였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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