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 딥러닝 분석’…전이된 ‘점액성 종양’ 첫 발생 부위 찾는다

분당서울대병원 김기동 교수팀, 점액성 종양 원발 부위 찾는 알고리즘 개발
“인공신경망에 각종 암 종류별로 달리 발현하는 RNA패턴 기계학습 시켜”
“정확도 약 85.7% 수준의 모델 개발 성공…기존 방식보다 2배 더 효과적”

암세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에 발생하는 암별로 각기 다르게 발현하는 RNA(리보핵산) 패턴을 기계학습 시켜 ‘점액성 종양’이 처음으로 발생한 부위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이는 사람의 뇌에서 구현되는 지능을 구현한 ‘인공신경망’에 암별 RNA 패턴을 기계학습 시킨 것인데, 정확도는 약 85.7% 수준으로 기존 방식보다 2배 더 효과적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기동 교수팀은 암세포가 기원한 장기에 따라 RNA의 발현 패턴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전사체 분석’이 정확한 검사법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밝히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전사체는 한 세포 내에 존재하는 모든 RNA 분자의 총합을 뜻한다. 

신체 곳곳에 자라나는 암은 체내의 다른 기관으로 전이돼 사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복부에는 위‧대장‧맹장‧췌장을 비롯한 다양한 소화기관과 난소‧자궁과 같은 생식기관이 함께 있어 복강 내의 장기끼리 또는 복강 안으로 암 전이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다른 장기에서 전이된 암은 발견되면 제거수술이나 검사를 통해 암세포를 채취하고, 세포 모양이나 발현 물질의 차이를 토대로 암세포가 기원한 장기를 찾아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암 조직이 흔히 떠올리는 딱딱한 종양 덩어리가 아니라 끈적한 점액질로 이뤄진 ‘점액성 종양’의 형태라면 이런 표준 치료 과정을 적용하기 매우 힘들어진다. 일반적인 종양과 달리 다른 장기에서 전이되더라도 세포 모양이 유사하고, 발현 물질의 차이도 크게 없어 원발 부위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난소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점액성 종양의 경우 이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확률이 45% 수준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암 검체 1960개의 전사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궁경부암‧자궁내막암‧난소암‧자궁암육종‧췌장암‧위암‧대장암 등 7개 원발암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발현하는 RNA 패턴을 인공신경망에 기계학습 시켜 점액성 종양의 원발 부위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정확도는 약 85.7% 수준으로 기존 방식의 2배에 달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동안 원발 부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 최적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난항을 겪었던 점액성 종양 분야에서 전사체 분석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교수는 “암세포가 기원한 위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환자의 예후를 보다 개선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검사법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이지(SAGE)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암 정보학(Cancer Informatics)’에 최근호에 실렸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