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초단' 유재석이 기겁한 음식은?[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
MZ세대서 민초 기호 밝히고 논쟁하는 것 하나의 놀이로 자리매김
'민초단=민초 좋아하는 사람', '반민초단=민초 싫어하는 사람'
<소개팅 자리에서 처음 만난 혜정과 형욱. 서로의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질문을 주고받는다. 혜정의 질문에 형욱이 먼저 답변한다. “저는 민트초코가 좋아요”라며 질문을 되돌려 준다. 그러자 혜정은 “민트초코 좋아하시는구나. 저는 치약 짜 먹는 것 같아서 별로던데”라고 대답한다.>
1)민초혐 2)반민초단 3)역민초 4)반민초위
정답은 2번 ‘반민초단’이다.
‘반민초단’(=반민초파)은 민초(민트초코)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다. 반대로 민초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단어는 ‘민초단’(=민초파)이다.
민트초코는 호불호가 갈리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초콜릿을 민트(박하)와 섞어 먹는 방식은 유럽에서 이미 16세기부터 존재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민초의 역사를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해는 1973년이다. 1973년 영국에서는 앤 엘리자베스 앨리스 루이즈 공주의 결혼에 사용할 디저트 콘테스트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사우스 데본 칼리지(South devon college)에 재학 중이던 대학생 마릴린 리케츠(Marilyn Ricketts)가 ‘민트 로얄’(Mint royale)이라는 이름의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이후 민트초코는 유행하기 시작했고 민트초코 유행에 기여한 ‘민트 로얄’을 자연스레 민트초코(이하 민초)의 기원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민초를 좋아하는지 여부를 두고 ‘민초단’과 ‘반민초단’으로 구분해 부르기 시작한 것은 약 3~4년 전부터다. MZ세대 사이에서 민초에 대한 기호를 밝히고 서로 논쟁하는 것이 밈(meme·온라인에서 다양하게 복제되는 콘텐츠)으로 대표되는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됐다. 연예인들의 라이브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민초단’인지 ‘반민초단’인지를 밝히는 것이 됐을 정도다. 과거의 탕수육 ‘부먹파’(소스를 부어 먹는 사람)과 ‘찍먹파’(소스를 찍어 먹는 사람) 논쟁의 다음 버전인 셈이다.
잠시 유행하다 그칠 줄 알았던 ‘민초단 대 반민초단’ 논쟁이 몇 년 간 지속되자 ‘민초의 난(亂)’이란 표현이 나왔고,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RM은 이를 두고 ‘희대의 난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식음료 업계에서 민초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앞다퉈 쏟아낸 것은 물론이다.
민초단은 대체로 입안을 개운하고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민트 향과 달콤한 초콜릿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민초를 좋아한다. 반면 반민초단은 청량감이 있지만 대체로 치약 맛이 난다는 이유로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반민초단으로 잘 알려진 국민MC 유재석은 지난해 tvN 예능 프로그램 ‘식스센스3’에 출연해 민초로 만든 ‘민초떡볶이’를 먹자마자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당시 유재석은 “민초도 민초지만 떡볶이에 초콜릿을 넣은 게 이상하다”며 민초단으로 거듭나기에 실패했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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