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프리미엄' 뭐길래…'4조원대 외화송금' 20명 기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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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4조원대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것으로 조사된 일당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회당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외화를 해외로 송금하는 동안 시중은행들은 이를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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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시세차익 '김치 프리미엄' 노리고 투기
4조3000억원어치 외화 불법 해외송금
해외에서 가상화폐 사서 국내 되팔아
은행 최소 9곳 구멍…은행브로커 적발
[서울=뉴시스] 김남희 정유선 기자 =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4조원대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것으로 조사된 일당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시중은행 최소 9곳이 이들의 불법 송금을 막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검사 나욱진)와 서울본부세관 조사2국(국장이민근)은 불법 해외송금 사건을 합동 수사해 주범 및 은행브로커 등 11명을 구속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해외로 도주한 1명은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이들은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8월 사이 허위 무역대금 명목으로 4조3000억원에 달하는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이렇게 송금한 돈으로 해외 코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입해 국내 거래소로 보내 매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자산이 국내에서 해외보다 비싸게 팔리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수법이다. 이렇게 얻은 수익은 시세 차익이 높게 발생하는 시점을 골라 반복 송금하며 수익을 극대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범행 당시 시세 차익이 3∼5% 정도였던 만큼 이들이 거둔 시세 차익이 약 1200억∼2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범죄수익금 131억원에 대해서는 몰수·보전추징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해외 송금액 일부는 가상자산 투기에 사용되지 않고 그대로 해외로 반출되거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와도 연결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돼 여죄를 수사 중이다.
이들 일당은 외화 송금과 가상자산 국내 반입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제지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무역회사(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유형별로 ▲총책, 중간책, 송금업체 대표, 해외 공범 등이 역할을 분담한 '분업형' ▲총책이 복수의 송금업체를 직접 운영하며 해외 공범 등과 공모한 '기업형' ▲총책이 송금업체를 운영하며 해외 업체들간 골드바 거래를 중계 무역하는 것처럼 가장한 '중계형' 등이 적발됐다.
총책과 같은 주범들은 자금 제공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다단계식으로 공모자를 모집 후 범행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전직 은행원이 알선비를 받고 브로커로 활동한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당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외화를 해외로 송금하는 동안 시중은행들은 이를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모 시중은행은 320여회에 걸쳐 1조4000억원 규모의 불법 외화송금을 담당했던 직원에게 포상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 파악한 은행은 총 9곳"이라며 "은행 없이는 외화 송금이 안 되는 구조인데 (지점 입장에선) 까다롭게 심사할 이유가 없다. 외환송금 실적에 따른 영업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심사해 불법 해외송금을 막는다는 인식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검찰은 "시중은행들이 천문한적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와 자금세탁 연루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며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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