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석의 곤자가대, 농구 팬들에게 인지도 급상승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토트넘 홋스퍼 FC,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의 공통점 중 하나는 해외팀이지만 국내팬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하다는 점이다. 박지성, 이영표, 손흥민, 박찬호, 류현진, 선동렬, 이상훈, 이종범 등 이른바 국민영웅으로 불리는 스포츠 스타들이 맹활약을 펼쳤거나 남다른 존재감을 함께 했다. 때문에 국내리그와는 관계없는 외국 구단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낯설지가 않다.
시선을 농구로 돌려보면 어떨까. 아쉽게도 해외 진출 자체가 어렵고 아직까지는 그 벽이 너무 넓은 종목의 특성상 농구 쪽에서는 그런 팀이 없다. 한국인 최초 NBA리거 '빅터팬' 하승진(37‧221.6cm)이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서 뛰기는 했으나 말 그대로 맛만 본 수준인지라 제대로 기억하는 팬들조차 많지않다.
외려 국내 농구 팬들에게는 데이비슨대가 가장 친숙할 수 있다. 한국인 2호 NBA리거를 목표로 전진중인 이현중(22‧202cm)이 뛰었던 학교이기 때문이다. 적지않은 팬들이 새벽 시간에도 그의 대학리그 경기를 보기위해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이현중이 다니기 전만 해도 데이비슨대는 스테판 커리의 모교 정도로 알려져 있었을 뿐 존재 자체도 모르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이현중의 모친인 성정아 WKBL 재정위원장은 “현중이에게 데이비슨대에서 입학 제의가 왔을 당시 해당 학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검색을 해봤는데 정보는 커녕 유명 오토바이 메이커인 할리데이비슨 관련 자료만 주르륵 떴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현재는 꽤나 많은 정보가 검색 가능해졌다.
이현중이 NBA 진출을 위해 대학을 중퇴한 현재 앞으로는 곤자가 대학교가 인지도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역시 NBA를 꿈꾸고있는 또 다른 기대주 여준석(20‧203cm)이 입학했기 때문이다. 곤자가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여준석의 입학을 발표한 상태다. 마크 퓨(61) 곤자가대 농구팀 감독은 “여준석이 2022~23시즌부터 팀에 합류해 훈련을 시작하며 관련 규정에 따라 NCAA 공식 경기 출전은 2023~24시즌부터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간 두루뭉술한 행보로 아쉬움을 자아냈던 여준석이지만 해당학교에 자리를 잡은만큼 좀 더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인 선수가 NCAA 무대에 진출하는 건 지난 2019년 이현중에 이어 4년 만이다.
곤자가대는 미국 대학농구에서 알아주는 명문중 하나다. 1980년대까지만해도 무명에 가까웠으나 1990년대 들어 꾸준한 리빌딩을 통해 착실히 전력을 쌓고 성적을 거둔 끝에 전국에서 알아주는 인지도를 얻게됐다.
최근 AP통신이 발표한 2022~23시즌 톱25 랭킹에서 전미 6위에 이름을 올린 것을 비롯 USA투데이가 매주 공개하는 순위에서도 6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7년과 2021년에는 ‘3월의 광란’이라 불리는 NCAA 디비전1 토너먼트에서 잇달아 준우승을 차지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1999년 이후 지난해까지 5차례 8강에 오른 것을 비롯 16강에는 12차례나 나섰다. 올 시즌 역시 16승 3패로 순항 중이다.
곤자가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타는 단연 존 스탁턴(60‧185cm)이다. 별명 자체가 '더 포인트 가드(THE POINT GUARD)'일 정도로 정통 1번의 모든 것을 보여준 NBA의 살아있는 전설중 한명이다. 특별한 운동능력없는 작은 체구의 백인이었지만 특유의 근성과 빼어난 센스를 앞세워 칼 말론과 함께 유타 재즈를 오랜시간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포인트가드의 정석답게 어시스트왕 9회, 스틸왕 2회의 업적을 남겼으며 올림픽에서도 두차례의 금메달을 가져간바있다. 선패스 마인드를 가지고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를 주로 펼쳤지만 배짱도 두둑해 중요한 순간에 클러치샷을 꽂아넣는 등 해결사로서의 면모도 대단했다.
무엇보다 통산 어시스트(1만 5806개)와 스틸(3265개)에서 압도적 1위를 자랑하고 있는데 잘하기도 해야하지만 부상없이 오랜시간 뛰어야 달성가능한 성적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좀처럼 깨지기 어려운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창때 시카고 불스에게 두 번이나 덜미를 잡히며 파이널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으나 지금도 교과서적인 포인트가드를 언급하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이다.
곤자가대는 농구명문답게 적지않은 NBA리거를 배출했다. 운동능력 좋은 백인 스트레치 포워드 켈리 올리닉(31‧211cm), 수비력이 뛰어난 언더사이즈 빅맨 브랜던 클라크(26‧203cm), 차세대 클러치 맨으로 주목받고있는 앤드류 넴하드(22‧191cm), 아버지 아비다스 사보니스를 잇는 리투아니아의 새로운 전설 후보 도만타스 사보니스(26‧211cm), 2021년 1라운드 5순위 제일런 석스(21‧196cm), 2022년 1라운드 2순위 쳇 홈그렌(20‧213cm) 등 양과 질에서 함께 이름을 날리고 있다.
2019년 1라운드 9순위로 워싱턴 유니폼을 입은 일본 국가대표팀의 핵심 흑인혼혈 하치무라 루이(24‧203cm) 역시 곤자가대 출신이다. 여준석이 명문 곤자가대에서 기량을 갈고닦아 쟁쟁한 선배들의 뒤를 이어 NBA무대에 진출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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