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퇴로 끝난 '금융당국 vs 손태승' 갈등…법적다툼은 계속

김형섭 기자 2023. 1. 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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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손태승, 당초 연임 의지 강했지만…당국과 대립각에 부담
"현명한 판단", "조용병 3연임 포기 존경" 등 금융당국 압박
금감원장 "(중징계라는) 최종 결론 자체에 이견 없어" 재확인
용퇴와는 별개로 행정소송 나설 듯…부당권유 성립 등 쟁점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손태승 우리금융미래재단 이사장이 8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쪽방상담소에서 열린 '우리동네 구강관리센터'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12.0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지난 2019년 1조7000억원대의 환매중단을 초래한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간 대립이 18일 손 회장의 용퇴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자신의 거취 결정과는 별개로 손 회장과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은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양측 간 갈등은 법정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첫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앞두고 이사회에 연임을 포기하고 용퇴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손 회장은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오늘 저는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용퇴 이유를 설명하고 "앞으로 이사회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완전 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의 용퇴는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데 이어 금융당국에서 연이어 강력한 사퇴 압박을 받아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9일 금융감독원을 거쳐 올라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제재안을 심의한 결과 3년 간 금융사 임원 재취업이 불가능한 문책경고 징계를 최종 확정했다.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판매자로부터 손 회장이 직접 보고를 받는 관리감독자라는 점에서 불완전판매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환매 중단된 라임펀드는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금액이 357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때문에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손 회장의 연임에는 빨간불이 켜졌지만 그는 좀처럼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중징계 처분에 불복한 행정소송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자 금융당국의 압박은 강도를 더해갔다.

손 회장 중징계 확정 다음날인 지난해 11월10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현재 금융당국은 급격한 시장 변동에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당사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소송 자제를 촉구한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이로부터 나흘 뒤 이 원장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21일에는 손 회장 중징계가 "개인의 사법적 쟁송 가능성과는 별개로 (손 회장 중징계가) 금융당국의 최종입장"이라며 당시 3연임을 포기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고 평가했다.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조 회장의 용퇴를 치켜세움으로써 손 회장의 거취를 재차 압박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해 12월20일 "CEO인 손 회장에 라임펀드 책임이 명확하게 있다"고 한 데 이어 이달 5일에는 "사고를 낸 우리은행이 금융사고와 관련해 제도를 어떻게 바꾸겠다, 뭘 잘못했다 등을 발표한 게 과연 있냐. 그런 것을 안 하고 자꾸만 소송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 방안이 아니다"라고 작심 비판에 나섰다.

당초 손 회장은 중징계 처분에도 불구하고 연임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처럼 비쳐지자 결국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으로서는 설령 연임에 성공한다고 금융당국의 곱지 않은 시선과 압박을 임기 내내 견뎌야 하고 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금융그룹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1.18. bluesda@newsis.com

손 회장이 용퇴한 데 대해 금융당국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우리금융그룹에서 라임펀드 뿐만 아니라 금융 관련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손 회장이 본인의 직접적인 책임 인정 여부를 떠나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라임펀드 사태 관련 사과나 유감 표명이 없었던 데 대한 반감 섞인 기류도 있었다.

이 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회장의 용퇴 소식에 "특정 CEO가 금융당국 처분으로 인해 상당 기간 여러가지 이슈가 있었다가 개인적인 의사 표명을 한 데 대해 뭐라고 말씀드리는 게 조심스럽다"면서도 "최종 결론 자체에 대해서 금융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던 것은 맞다"며 중징계 결정의 당위성을 재확인했다.

다만 이날 용퇴 결정으로 손 회장과 금융당국 간 갈등이 완전히 일단락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거취와는 별개로 손 회장이 우리은행과 함께 금융당국의 징계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과 함께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사모펀드 신규 판매 3개월 정지와 과태료 76억6000만원의 기관 제재를 받았다.

손 회장은 연임 도전은 포기했지만 행정소송을 통해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제재를 받은 개인과 기관이 법적 대응에 있어 보조를 맞추는 게 우리은행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도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647억원 규모의 구상권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금융당국의 제재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해당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과 금융당국 간 법정공방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위의 중징계 결정 과정에서도 논쟁이 오갔던 사안들이 법적 쟁점으로 재현될 전망이다.

펀드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부작위'를 이유로 한 부당권유 성립 여부,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제재 과정에서 나온 진술을 라임펀드 사태에 적용해 행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의 적절성 여부, 라임펀드 사태의 또다른 당사자인 신한은행과의 제재 형평성 여부 등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라임펀드 부실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는 의혹과 관리 책임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KB증권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재판부는 KB증권과 임직원들이 펀드를 판매할 때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처럼 허위 기재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지만 라임 펀드가 부실한 것을 알고 판매했다는 특경법상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사모펀드는 대표적인 헤지펀드로 위험자산에 투자해서 소정의 수익을 내는 것을 기본적인 전략으로 삼고 있다"며 "검찰은 제안서의 '안정적 성과'를 추구한다는 말을 문제 삼는 것으로 보이는데 안전하다거나 원금 손실이 없다거나 일정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납득 안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사건에서 판단하는 것은 PB들이 했던 말들의 진실성이 아니라 그들이 활용했던 투자 제안서와 설명서에 기재된 내용과 문구의 정확성"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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