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대기업참여제한 10年…"항생제 오래 복용하면 안좋아" VS "中企 생존 문제 직결"(종합)

송혜리 기자 2023. 1. 18. 15: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공공소프트웨어(SW)사업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폐지·축소 놓고 갑론을박
대기업 "진입규제는 우리나라만 유일, 객관적인 조사 통해 실효성 따지자"
중견·중소 "대기업 독과점 구조 해체됐고, 전문성 가진 중견기업 다수 생겨"
정부 "불합리한 차별규제 해소란 방향성 가지고, 업계 충분한 의견 수렴할 것"

'공공소프트웨어(SW)사업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정책 토론회'에서 (왼쪽 다섯번쨰)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공공 소프트웨어(SW) 대기업참여제한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정 사업자군을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강력한 규제다."

"제도 시행으로 분야별 전문 중소·중견 기업이 등장했고,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마련돼 유니콘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 제도 폐지·축소 시 중견·중소기업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18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공공소프트웨어(SW)사업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정책 토론회'에서 IT서비스 업계 대기업, 중견기업 대표자들은 제도 폐지·축소를 놓고 진영별로 열띤 공방을 벌였다.

2013년 도입된 공공SW사업 대기업참여제한 제도는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기업들의 공공SW시장 독과점을 제한하고 역량있는 중견·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시행됐다.

그러나 제4차산업혁명의 도래, 코로나19 확산 등 대내외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대기업의 레퍼런스(사업경험) 확보와 이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임이 없었다.

그 결과 제도 시행 7년 만인 지난 2020년에 정부는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신기술, 민간 투자형(기업50% 이상 투자), 긴급 장애대응 등 대기업이 공공SW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예외인정 기준과 범위를 확대했다.

그럼에도 잡음은 계속됐다. 최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신기술 기반의 대규모의 공공SW사업이 증가하면서 대기업참여제한 예외인정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공공SW사업 대기업참여제한 예외사업 심의신청 총 58건 중 절반인 29건(50%)이 예외 인정을 받아 대기업 참여가 허용됐다.

실질적으로 대기업의 참여가 이뤄지고 있는데 제도만 이를 틀어 막고 있는 형국이란 지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독식을 견제할 마지막 방법이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국회 ICT융합포럼 공동대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도 대기업참여제한 제도를 둘러싼 미묘한 갈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너무 강력한 규제, 항생제 오래 복용하면 안돼" vs "제도 축소·폐지는 중견중소 기업 다 망해"

토론 패널로 참여한 대기업 중견, 중소 기업 대표자들은 "시장 성장과 경쟁력 강화라는 공동 목표 구현을 위해 대·중·소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다만, 제도 성과 평가와 유지 여부에 대해선 각 진영별로 의견이 엇갈렸다. 이 제도 시행으로 지난 10년간 공공 입찰에서 배제됐던 대기업들은 제도 개선과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반면, 중견·중소기업 측에서는 대기업의 공공SW 입찰 참여조건을 완해주거나 허용하는 것은 중견·중소기업 존속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10년 간 분야별 기술 전문화를 이룬 중소·중견기업 시장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인력 유출도 불 보듯 뻔할 것이라는 하소연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윤재 SK(주)C&C 부사장은 "제도 시작 당시 일감 몰아주기 등 문제가 없었다고 볼 순 없으나, 지금은 ESG(환경·사화·지배구조)추진 등으로 기업경영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시장을 독식하고, 수수료만 편취하는 그런 식의 사업을 할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사장은 백신 예약 시스템, 교육부 교육정보시스템 등 오류발생 시 대기업이 문제 해결을 위해 뒤늦게 참여할 수 밖에 없었던 사례를 들어 제도 실효성을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고, 한 번에 수십만 명의 학생이 몰려 공공교육 사이트에 장애가 발생했다. 당시 EBS는 LG CNS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이를 해결했다.

한 부사장은 "진입 규제는 너무 강력한 규제"라며 "비유를 들어 사람이 병에 걸려 항생제를 먹으면 당장 건강은 회복되나, 이를 오랫동안 장복해도 되는 것인지는 전문가의 판단이 있어야 하며 이를 무리해 계속 먹으면 건강이 도리어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참여제한 전후 시장 규모 변화 등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조사를 통해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견기업 진영은 같은 사안을 두고 결이 다른 주장을 펼쳤다. 은윤오 쌍용정보통신 전무는 "제도 시행 후 소수 상출제기업(상호출자제한대기업)들의 독과점 구조가 해체되고 중소 중견기업이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신규 SW중견기업수는 23개로 늘었고, 전체 공공매출의 43%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 전무는 "제도 시행으로 대기업의 독점적 사업형태가 무너지고 도메인(분야)별 전문성을 가진 중견·중소기업이 생겼다"면서 "아이티센은 교육·국세, 대신정보통신은 인프라, VTW는 복지·컨설팅, 대보정보통신은 복지, 메타넷디지털은 재·세정 등 도메인별 전문 중소·중견기업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은 전무는 "이미 도메인별 상당한 전문화와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중견기업들의 경우 제도 폐지·축소 시 대안 시장이 없다"면서 "공공SW 시장 참여가 무제한 열릴 경우, 중견·중소기업의 우수인력 대부분 상출제 기업을 빠져나갈 것이며, 결국 기업 존속과 생존의 문제와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 전무는 제도 개선 논의는 상생의 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난 10년의 성과를 보존하면서 상생을 토대로 제2의 입법 체계를 논의할 시점"이라면서 "원칙이 없는 예외 적용을 지양하고, 비현실적인 신기술 분야 사업 기준을 명확히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예외 사유가 인정된 대규모 공공SW사업의 경우, 상생협력 제도 틀 내에서 중견기업을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미리애 VTW 대표도 제도 개선과 완화에 있어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대기업참여제한에서 대기업이 들어오더라도 동일책임·동일대가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현재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사업했을 때 대기업은 50% 책임을 지지만, 대가는 65%를 가져간다"면서 "기여도의 인정이 필요하며 만약 대기업을 허용하는 사업이라면 대기업 20%, 중견 30%, 중소 50%로 지분과 대가를 산정해 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공SW 근원적 문제 따로있다…열악한 예산·발주처 멋대로 바꾸는 '과업범위'

이날 기업 대표자들은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는 열악한 예산, 시장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업대가 책정, 적정 기준없이 발주처 입맛대로 변경되는 과업범위 등이라고 지적했다. 고질적인 이의 문제가 선결돼야 시장 자생력이 생겨 외부 요인에 따라 생존을 위협받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열악한 예산, 시장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업대가 책정, 그러는 가운데 증가하는 과업범위"이라며 "공공SW 사업 예산은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대비 14.3%수준에 그치며, 신규사업 예산은 1조원 이내로 시장이 경직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대가는 2010년 이후 두차례 인상됐을 뿐이고, SW기술자 평균임금은 표본 및 응답자에 따라 매년 대가가 바뀌고, 기술자의 업무숙련도를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예산은 삭감되는데 과업범위는 초기 사업계획 대비 증가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명의 플레이어가 있다면 10명이 나눠 가질 수 있는 규모의 시장이 돼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결국 약육강식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 '불합리한 차별 규제 해소'차원에서 업계 의견 수렴 할 것

정부는 "그간 성과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하면서도 "불합리한 차별규제 해소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불합리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장두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산업과장은 "제도 시행 이후 SW기업 간 하도급 분쟁이 급격하게 줄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제도 운영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불합리한 차별규제 해소'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제도의 개선 여부와 방향에 대해선 업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말했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국장은 "올해 지역 단위로 대규모 차세대, 예비타탕성 조사 등을 기획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역 디지털 생태계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전자정부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 변화로 눈에 띄게 관련 사업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영규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 전문위원은 "제도를 최선의 방향으로 고치는 것이 시대적인 사명"이라고 언급했다.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지난 10일 공공SW사업 대기업참여제한 제도를 올해 ICT 분야 규제혁신 과제로 확정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 위원은 "수고한 대가는 적절하게 지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woo@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