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일 못하겠다”···공공기관 ‘난방 17도 제한’ 일부 19도로
수도권에 있는 한 공공기관에 다니는 최모씨(34)는 실내에서도 목도리를 하고 일한다. 정부가 에너지절감 운동 차원에서 실내온도를 17도로 제한하면서 외투를 입고 일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17도를 넘어서면 경영평가에서도 감점 대상이 돼 온도를 더 낮추어야 하다 보니 실제 온도는 16도인 경우도 많다. 최씨는 “개인 난방용품 사용도 금지하고 노조에서 직원들에게 핫팩을 나눠준 것이 전부”라며 “몇몇 직원들은 추운 날씨 탓에 손등이 터지는 일도 생겼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실내 난방온도 제한 조치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기준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공공기관 에너지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를 개정해 기상청 한파특보가 발령된 지역이거나, 건물 노후화로 인해 실내온도가 낮은 공공기관은 기관장 재량으로 평균 실내온도 상한 기준을 19도로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어린이와 연세 드신 분들,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이 이용하는 시설 등은 ‘적용 제외’라 해도 현장에서 경직적으로 운용돼 불편이 크다”며 공공기관 난방온도 제한을 관리자 재량으로 운용하도록 지시한 뒤 이뤄졌다.
앞서 정부는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 절감 조치의 하나로 지난해 10월 18일부터 올해 3월까지 공공기관 건물의 난방 설비 가동 시 실내 평균 난방온도를 17도로 제한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 출연연구기관 소속 직원들이 정부의 공공기관 실내 난방온도 제한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 공기업에서는 온도 상한선을 지키면서 직원들에게 냉기를 덜어주려고 1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오리털 패딩을 지급하는 모순된 상황도 벌어졌다. 이런 사실이 전해지면서 난방온도 제한의 실효성 논란이 벌어졌다.
공공기관 난방온도 제한 효과도 크지 않았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감 운동에도 지난달 전국적인 한파와 폭설로 전력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했다. 이는 공공기관이 전체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기준 공공기관은 농수산업, 광업 종사 기업을 모두 포함하더라도 전력 소비량은 전체 중 9.2%에 그쳤다. 기업들이 주로 쓰는 제조업의 경우 전력 소비 비중이 절반에 달하지만 ‘에너지 효율 혁신 자발적 협약’ 체결 등 자발적인 수요 절감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한편, 산업부는 산업용 가스요금을 적용한 사회복지시설에 올해부터는 가장 저렴한 일반용 가스요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도시가스 요금은 그간 가장 저렴한 산업용 요금이 적용됐지만 최근 산업용 요금이 민수용 요금보다 더 높아짐에 따라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실내 난방온도 제한 조치가 경직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국민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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