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 모자이크 어떻게 하지”…아파트 관리사무소 불똥

서혜미 2023. 1. 18. 15: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시시티브이(CCTV) 영상을 보여주려면 다른 사람들 얼굴은 다 가려야 하잖아요. 관리사무소에서 제일 젊은 직원이 50대인데 그걸 어떻게 합니까? 장비는 물론 기술, 인력도 없어요."

 500여가구가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 업무를 맡은 정아무개 관리사무소장은 최근 난감한 사정을 토로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보위 유권해석 “뺑소니 피해자는 열람 가능”
관리사무소서 비식별화 작업 거쳐 제공해야
현장선 “관련 장비·기술, 인력 없는데 난감”
게티이미지뱅크

“시시티브이(CCTV) 영상을 보여주려면 다른 사람들 얼굴은 다 가려야 하잖아요. 관리사무소에서 제일 젊은 직원이 50대인데 그걸 어떻게 합니까? 장비는 물론 기술, 인력도 없어요.”

 500여가구가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 업무를 맡은 정아무개 관리사무소장은 최근 난감한 사정을 토로했다. 그의 걱정은 지난해 11월, 경찰청이 ‘단지 내 주·정차 뺑소니 피해자는 경찰 신고 없이도 본인(차량)이 촬영된 시시티브이 영상을 열람할 권리가 있다’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의 유권해석을 받아 시시티브이 열람을 허락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가린 ‘시시티브이 비식별화’ 작업을 관리사무소가 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파트 관리사무소들은 차량 피해를 본 입주민이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직접 방문해서 열람하거나, 경찰의 협조 공문 등을 받아 이동저장장치(USB)에 녹화된 영상파일을 복사해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개보위의 유권해석으로 이제는 입주민이 원하면 관리사무소가 비식별화 작업을 한 뒤 시시티브이를 공개해야 한다.

 문제는 비식별화 작업이다. 시시티브이 영상 속 타인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 등을 관리사무소에서 해야 하는데, 인력과 장비, 기술 모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냥 시시티브이 열람을 거절할 수도 없다. 부당하게 열람 요구를 제한하거나 거절하는 경우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개보위로부터 이런 유권해석을 받은 배경에는 ‘주차 뺑소니’ 관련 업무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7년 6월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주차된 차량을 파손한 뒤 도주한 운전자에게 2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등 형사처벌을 강화했다. 경찰은 법 개정 후 관련 신고가 연간 약 24만건에 이른다고 밝혔는데, 실제 서울의 한 일선 서 교통과 경찰은 “이런 신고가 많아 업무에 부담이 되긴 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정책 변경 때문에 관리사무소 현장은 혼란 그 자체다. 대부분 시시티브이 열람 사실을 아예 모르거나 대처 방법이 없었다. <한겨레>가 18일 서울 마포구·서대문구 아파트단지 8곳의 관리사무소에 문의한 결과, 6곳의 관리사무소는 이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알고 있다고 응답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녹화된 영상을 떠서 비식별화 작업을 하는 게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데,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반응이었다.

 개보위 유권해석을 받아 시시티브이 열람을 허락해준 경찰의 방침으로 준비가 안 된 관리사무소의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협회 차원에서 개보위의 유권해석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분들이 알지 못한다”며 “관리소장으로 배치받은 주택관리사들은 보수교육 등 법정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시시티브이 비식별화 작업도 해야한다는 안내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