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국가 선수 출전하는데 ··· 23년만에 한국 선수 없는 LPGA 대회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2023. 1. 1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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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사진 AP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3시즌 개막전으로 치러지는 힐튼 그랜드 베이케이션스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50만 달러)는 한국 여자골퍼들에게는 참 얄궂은 대회다.

대회 장소와 일정부터 영 한국 선수들이 출전을 꺼리게 한다. 장소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GC(파72)이고, 일정은 한창 동계훈련 기간인 1월 19일부터 나흘간이다. 개막전 이후 치러지는 시즌 두번째 대회는 한 달 후인 2월 23일부터 태국 촌부리에서 열리는 혼다 LPGA 타일랜드다. 그리고 3월 2일부터 싱가포르에서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이 이어진다. 최근 2년간 투어 우승자들이 컷오프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비용’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주로 동남아나 호주에서 동계훈련을 하는 한국 선수들에게는 시간적, 정신적, 육체적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2019년부터 치러진 이 대회에는 한국여자골퍼들이 꾸준히 참여해 왔다. 2019년 첫 대회 때는 6명이 참가해 지은희 우승, 이미림 준우승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냈고, 2020년 6명, 2021년 3명 그리고 지난 해에도 4명이 출전해 우승에 도전했다.

하지만 올해 대회에는 한국 선수가 한명도 출전하지 않는다. 임신 중인 박인비처럼 개인적인 사정으로 출전을 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고진영처럼 출전 의사를 밝혔다가 손목 부상이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아 막판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사례도 있다.

대회 상금 규모가 크지 않고, 다음 대회가 한 달 후에나 열리는 등 출전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많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출전 자격이 있는 한국 선수 숫자 자체가 많지 않았다.

특히 작년 우승자와 2021년 우승자가 2명 겹치면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선수는 지은희, 박인비, 전인지, 고진영, 김효주 등 5명 뿐이었다. 2021년 LPGA 한국 우승자는 5승의 고진영과 1승씩 거둔 박인비와 김효주 세명 뿐이었다. 그리고 2022년 이들 중 고진영과 김효주가 1승씩 거뒀고, 지은희와 전인지가 우승을 더하면서 출전 자격을 갖춘 선수는 2년 합해 봐야 5명이 전부였던 것이다. 이들 중에서 박인비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불참 이유가 있고 고진영도 최대한 출전하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미래를 위해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출전 자격을 갖춘 5명이 불참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한국선수 출전자 숫자가 ‘0’이라는 사실은 최근 우승 횟수가 급격히 줄어든 한국여자골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7승을 거둔 2021년에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연속 이어오던 ‘LPGA 최다 우승국’ 자리를 미국에게 내줬고 4승에 그친 2022년에는 2011년 3승 이후 11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에는 지난해 데뷔 첫 우승을 거둔 선수 11명 중 10명이 처음 참가한다. 셰브런 챔피언십 등 시즌 3승을 거둔 제니퍼 컵초(미국)를 비롯해 아일랜드 출신으로 처음 LPGA 챔피언이 된 리오나 매과이어도 출전자 명단에 이름 올렸다. AIG 위민스 오픈에서 전인지와 연장전 끝에 우승한 애슐리 부하이(남아공), 미국동포 안드레아 리, 2022년 신인 후루에 아야카(일본)도 출사표를 던졌다. 그 11명의 새 챔피언들 중에 한국 선수가 없었던 것도 이번 대회 ‘한국 출전 선수 전무’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는 14개 국가 선수 29명이 출전한다. 미국이 8명으로 가장 많고, 태국 4명, 일본 3명, 남아공 2명, 스웨덴 2명, 잉글랜드 2명, 그리고 아일랜드, 캐나다, 대만, 핀란드, 프랑스, 멕시코, 덴마크, 스코틀랜드 선수가 1명씩 참가한다.

1998년 박세리는 LPGA 투어 31개 대회 중 27개 대회에 출전했다. 거의 박세리가 홀로 활약했던 해였기 때문에 그가 출전하지 않았던 4개 대회는 한국 선수 없이 치러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듬해 김미현이 LPGA 무대를 밟고, 2000년 박지은과 장정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이후 한국 선수 없이 치러진 LPGA 대회는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힐튼 그랜드 베이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2000년대 들어 한국 선수 없이 치러지는 유일한 LPGA 대회가 될 것이다.

2023년 한국여자골퍼들에게 다가오는 절실한 화두는 ‘부활’이다. 비록 개막전에는 힘껏 응원할 한국 선수가 없지만 앞으로 치러질 대회에서는 대한민국 여자골퍼들이 자주 ‘부활의 우승’ 소식을 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4년 LPGA 개막전에는 한국여자골퍼들이 대거 출전할 수 있게 말이다.

오태식기자(o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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