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주주 설득'에 손태승도 낙마…우리금융 선장 바뀐다(종합)

오상헌 기자, 김상준 기자 2023. 1. 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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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임추위 앞두고 "물러나겠다"금융당국 잇단 압박에 과점주주도 '용퇴' 의견 많아'셀프연임 불가' 원칙에 금융그룹 CEO 줄줄이 낙마우리금융 임추위, 오늘 차기회장 후보 10여 명 확정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이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손 회장은 막판까지도 연임 의지를 굽히지 않았으나 라임펀드 사태 중징계와 금융당국의 압박, 과점주주들의 설득이 이어지면서 3월 임기 만료를 끝으로 결국 물러나게 됐다. 전임 정부에서 선임되거나 연임한 주요 금융그룹 회장들은 모두 낙마하면서 금융권 세대교체 흐름은 이어졌다.

손 회장은 18일 입장문에서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이사회 임추위(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완전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7년 우리은행장에 오른 손 회장은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 재출범 당시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했고, 이듬해 3월 은행장 직함을 떼고 회장에 올랐다.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의사가 강했으나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임펀드 사태 관련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아 결국 연임 꿈을 접게 됐다.

손 회장의 연임 포기는 정부 차원의 사퇴 압박과 함께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의 '용퇴' 설득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중징계 의결 후 손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금융위가 수 차례 논의해서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고 했다. 손 회장이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압박이란 해석이 나왔다.

올 들어선 사외이사들 사이에서도 정부와 갈등을 이어가기보다는 손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우리금융 사정에 밝은 금융권 핵심 관계자는 "금융회사들로 구성된 과점주주들은 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고, 지배구조가 우리금융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민감하다"며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들이 손 회장의 연임 포기를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손 회장과 이사회는 금융당국의 중징계 효력정지와 취소를 구하는 가처분과 행정소송은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은행장들과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징계 취소 소송은 우리금융) 차기 회장이나 은행장이 결정하는 게 상식적인 측면에서 조금 더 공정해 보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손 회장의 연임 포기로 전임 정부에서 CEO직을 수행한 주요 금융그룹 회장들이 모두 교체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신한금융그룹은 3연임이 유력해 보였던 조용병 회장이 지난해 12월 용퇴 의사를 밝혀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이 새 CEO로 내정된 상태다. NH농협금융도 연임을 노렸던 손병환 전 회장에서 경제관료 출신인 이석준 회장으로 CEO가 바뀌었다. BNK금융은 김지완 전 회장이 일찌감치 낙마하고 19일 새 CEO 후보를 단독 추천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 정부에서 일한 금융 CEO의 '셀프연임'이 불가하다는 정부의 인사 원칙과 기조가 우리금융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라고 했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열어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할 계획이다. 손 회장의 연임 포기로 내부 인사 중에선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 총괄사장이 후보군에 오를 전망이다. 우리금융 전직 CEO와 임원을 지낸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남기명 전 총괄부문장, 장안호·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 조용흥 전 우리아메리카은행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외부 인사 중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에 일조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유력설도 끊이지 않는다. 기업은행장을 지낸 조준희 전 YTN 사장도 외부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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