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른다고 곱절로 올리던 맥주·막걸리 값에 제동...서민 부담 줄인 新주세법
매년 물가 상승률에 맞춰 오르던 주류세(주세)가 ‘2022년 개정 세법 후속 시행령’에 따라 올해는 물가 상승률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그동안 맥주와 탁주(막걸리)에 붙는 주세는 물가 상승률을 고스란히 적용해 매년 올랐다. 맥주와 탁주에 붙이는 주세를 전년도 물가 상승률 100%를 적용해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물가가 5.1% 큰 폭으로 상승하자 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적용 범위를 100%에서 70~130%로 조절했다. 물가가 많이 오른 해는 주세 인상률을 낮추고, 물가가 적게 오른 해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주세 인상률을 적용해 ‘서민의 술’에 해당하는 맥주와 탁주 가격 오름세를 조절하겠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1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반출·수입 신고하는 맥주와 막걸리에 대해선 1리터 당 885.7원, 44.4원 세율을 적용한다. 각 855.2원, 42.9원이었던 지난해에 비하면 3.57%가 올랐다.
0.5% 정도 올랐던 2021년, 2.5% 올랐던 2022년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5.1%에 비하면 70% 수준이다. 주류세를 물가 상승률 만큼 인상할 경우 맥주와 막걸리로 인한 추가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 인상폭을 줄였다.
기획재정부는 “다른 주류와 과세 형평성, 출고가격 변동, 주류 가격안정 같은 점을 고려해 이렇게 탄력적으로 세율을 조정하기로 했다”며 “올해 4월 1일 이후 반출하거나 수입신고하는 분량부터 바뀐 세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2019년 맥주와 탁주에 매기는 주세를 종량세로 바꾼 뒤부터 매년 전년도 물가 상승률을 100% 반영해 왔다. 종량세는 술의 가격이 아니라 출고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이렇게 매긴 세율은 매년 4월 1일부터 1년간 적용했다.
‘물가가 오른 만큼 세금도 올려 받겠다’는 의도는 곧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됐다. 맥주업체와 탁주업체들은 주세가 물가를 따라 오를 때마다 출고가를 올렸다. 심지어 주세 인상률보다 훨씬 큰 폭으로 출고가를 인상했다.
2021년 주세가 0.5% 오르자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맥주 출고가를 평균 1.36% 높였다. 지난해에는 주세가 2.49% 오르자, 맥주 출고가를 7.7∼8.2% 올렸다. 15년 간 출고가를 지켰던 서울장수도 2021년 주세 인상 직후 장수 생막걸리 출고가격을 한번에 120원 인상했다.
이를 두고 소비자단체들은 ‘주류기업들이 주세 인상을 명분으로 출고가를 올려 소비자에 부담을 안기고, 회사는 이익을 챙겨간다’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이 주류세 인상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서민 물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맥주 업계와 탁주 업계는 개정안을 놓고 난처한 표정이다. 작년보다 주세가 1%포인트 넘게 올랐지만, 예년처럼 이 인상분을 출고가에 반영하자니 ‘정부는 세금을 깎아줬는데,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 어떡하냐’는 지탄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류업계는 아직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세 인상은 가격 조정 요인이 맞다”면서도 “아직 가격 조정 여부에 대해선 논의를 시작하거나 결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물가가 고공행진할 때마다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르던 ‘서민 품목’ 맥주·막걸리 가격에 속도 조절의 여지가 생기면서 소비자는 한결 부담을 덜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맥주·막걸리가 전체 장바구니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품목 특성을 감안할 때 가격 인상이 심리적으로 미치는 부담이 컸다”며 “주세 인상을 명분으로 출고가를 올리던 주류 회사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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