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잇단 퇴진압박에···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도전 포기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금융당국의 퇴진 압박과 여론 등을 두고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까지 물러나면서,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회장 임기 만료를 맞이한 주요 금융지주 3곳의 수장이 모두 교체됐다.
손 회장은 18일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퇴진 의사를 밝혔다.
손 회장은 “앞으로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완전 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손 회장은 이날 오전 이사회에 연임 포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임추위가 이날 오후 2시 회의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 10여 명을 확정할 계획이었던 터라, 이 회의 전에 자신의 거취를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손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는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의 제재 의결이 나온 후부터 금융계의 주요 관심사였다. 금융위는 우리은행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한 것과 관련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를 의결했다. 문책경고를 받은 자는 금융회사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손 회장이 연임에 나서려면 당국을 상대로 징계 취소 소송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금융당국은 손 회장의 연임에 줄곧 부정적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사자(손 회장)께서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이라며 사실상 소송 포기를 요구했다. 이 원장은 3연임 도전을 앞두고 지난달 용퇴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리더로서 존경스럽다”고 말하며, 손 회장을 우회적으로 저격하기도 했다.
당국의 압박에도 손 회장의 연임 도전 의지는 강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금융 이사회 내에서도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이 퇴진함에 따라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지주 회장의 임기 만료를 맞이한 NH농협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교체됐다. 농협금융 신임 회장에는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 좌장이었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취임했고, 신한금융 회장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내정됐다.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권광석 전 행장, 남기명 전 부행장 등이 거론된다. 외부 인사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임추위는 이날 10여 명의 1차 후보군을 정하고, 이달 말 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다음 달 중에는 차기 회장 후보가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 임 전 금융위원장 등 외부 인사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권력자의 측근이나 모피아 출신을 낙하산으로 보내려 한다면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 회장의 퇴진과 별개로, 우리은행과 손 회장이 금융당국에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에 대해 이복현 원장은 “손 회장 개인이 법률적 이슈에 대해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며 “기관으로서 소송 주체는 우리은행이 될 텐데, 이는 (손 회장이 아닌) 우리은행 이사회 및 은행 측에서 결정할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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