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그린피가 35만원?... 비싼 퍼블릭 골프장에 개소세 부과 ‘실효성 있을까’

이민아 기자 2023. 1. 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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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 주중 18만8000원, 주말 24만7000원 이상이면 세금 내야
“꼼수 영업 조장한다” “가격 규제, 과하다” 업계 반발

올해 7월 1일부터 퍼블릭(비회원제) 골프장 가운데 그린피를 주중 18만8000원, 주말은 24만7000원 이상 받는 곳은 세금 2만1120원을 내게 된다. 현재는 회원제 골프장에만 부과되는 세금인데, 이를 비싸게 골프장 이용료를 책정한 골프장에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단순히 그린피(골프장 이용료)로만 세금 부과 기준을 정한 만큼, 골프장을 이용하면서 쓰는 다른 부대 비용이 인상되는 식의 ‘꼼수 영업’을 조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충청도에 위치한 국내 한 골프장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이민아 기자

18일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개별소비세를 회원제 골프장에만 부과했었는데, 앞으로는 비싸게 그린피를 받는 비회원제 골프장에도 세금을 매길 방침이다.

부과되는 세금은 총 2만1120원이다. 개별소비세 1만2000원에 교육세·농특세 7200원, 부가가치세 1920원을 모두 더한 값이다.

비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세금 부과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골프장 그린피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나온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수요가 몰린다는 이유에서 골프장들이 가격을 곱절 이상 올리는 등 인상폭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골프장 분류체계를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회원제 골프장과 비회원제 골프장으로 나누고, 비회원제 골프장 중에서 이용료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대중형 골프장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후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2월 30일 대중형 골프장이 되려면 코스 이용료를 대중형 골프장 코스 이용료 상한 요금보다 낮게 책정하고, 골프장 이용에 관한 표준 약관을 사용해야 한다고 고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상한 요금 기준을 주중 18만8000원, 주말 24만7000원으로 정했다. 이 기준을 넘기지 않아야 ‘대중형’ 골프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넘기면 ‘비회원제’ 골프장으로 구분된다는 의미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취지는 비회원제 골프장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앞서 관련 브리핑에서 “일부 비싼 골프장들은 사실상 회원제보다 더 비싼 골프장인데 개소세 부과대상이 아니었다”며 “(비회원제인데 비싼) 골프장들이 조금 더 (가격을) 낮추면 대중형이 되지 않나. 그러면 골프의 대중화 취지에서도 맞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높은 그린피를 받는 비회원제 골프장들이 가격 조정에 나설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단순히 그린피로만 개소세 부과 기준을 정한만큼, 그린피 대신 그늘집 메뉴 가격 인상, 캐디피 또는 카트비 인상 등 다른 요금을 더 받는다든지 하는 방식의 꼼수 영업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골프업계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그린피 인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우선 그린피를 아주 소폭 내려서 문체부가 제시한 주중 18만8000원, 주말 24만7000원에 턱걸이로 맞추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세금 피해가기’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가 상한으로 정한 대중형 골프장 기준은 실제 부킹 가격보다 조금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골프 부킹 플랫폼 엑스골프는 지난해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 2022년 10월 비회원 그린피를 실제 예약 데이터로 확인해본 결과, 주중 20만 3000원, 주말 25만 8000원”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 외 골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의 물가를 전반적으로 올려 세금 부담을 회원들에게 전가시키는 방법도 예상된다. 가령 그늘집이나 클럽하우스에서 파는 식사 메뉴를 비싸게 받는다든지, 카트 사용료를 올린다든지 하는 것이 대표적인 부대비용 인상으로 전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익명을 요구한 골프장 운영사 임원은 “생필품도 아닌 골프장 이용료의 가격 규제를 정부가 나서서 하는 셈”이라며 “가격 규제는 시장을 왜곡시키는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개소세는 일종의 ‘사치세’인데, 이를 운동 종목에 매기는 것이 합당한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골프업계 관계자는 “다른 요금을 올려받거나, 이용객들에게 교묘하게 세금을 부담시키는 식으로 변칙 운용을 조장하는, 골프 시장 왜곡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1~2년은 요금 인하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골프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령 골프장을 수도권에 짓는 데에 1홀당 100억원씩, 총 1800억원을 들여 골프장을 조성한다면 회원제로 운영해 회원 가입비를 받아 한번에 비용을 회수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굳이 가격 규제를 받으며 대중형으로 운영할만한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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