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 가업 상속·증여세 200억원 줄어…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 주식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 사라져

윤희훈 기자 2023. 1. 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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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시행령]
원활한 가업승계 지원 방안 대거 담겨
가업승계 수증자 기업 유지 요건도 완화
영농상속공제는 기준 강화…탈세로 벌금형 이상이면 공제액 추징
그래픽=손민균

양조간장과 연두 등으로 식품업계 숨은 강자인 샘표는 창업주인 고(故) 박규희 회장이 1946년 설립한 ‘삼시 장유 양조장’을 모태로 한다. 2019년 연매출 2808억원을 올린 샘표는 2020년 3189억원, 2021년 3487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며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2대 고(故) 박승복 회장에 이어 현재는 1997년 사장에 취임한 3대 박진선 사장이 샘표를 이끌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공학 석사, 오하이오 주립대 철학 박사를 거친 박 사장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후 사장에 취임해 회사를 연구개발(R&D) 중심 식품회사로 변모시켰다. 박 사장은 1950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74세다. 장남인 박용학 상무은 현재 샘표 경영혁신본부장으로 근무하며 4대째 가업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2011년~2017년 LG전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17년 샘표식품에 입사했다.

그동안 경제계에서는 이 같이 한 분야 업종에서 가업을 물려받으며 글로벌 기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중견기업을 위해 가업 상속에 따른 세금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샘표 사례에서도 박진선 사장이 보유한 샘표 지분 34.05%(주식 시가 기준 약 480억원)을 상속·증여할 경우 285억원의 세금을 내야 했다. 경영권 프리미엄 20%가 얹어진 지분 가치 577억원에 대해 과세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부터 상속 직전 3년 평균 연매출 5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에 대해선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를 제외하기로 했다. 아울러 최대 600억원까지 10억원 공제 후 10%(60억원 초과분은 20%)의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특례 제도가 시행된다. 정부의 중견기업 상속·증여세 경감 조치에 따르면, 샘표의 가업상속시 부과되는 상속·증여세는 기존 280억원대에서 80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

세제 개편 시행령에 담긴 가업승계 지원 방안. /기재부 제공

정부는 18일 발표한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서 원활한 가업 승계 지원을 위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 및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제외대상에 대한 중견기업의 범위를 연매출 5000억원 미만으로 설정했다.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세제 개편안은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한 경영자가 가업을 자녀 등에게 물려주는 경우 가업상속재산에서 최대 600억원까지 과세 가액에서 빼주는 가업상속공제 내용이 담겼다. 당초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연매출 1조원까지 늘리려고 했으나, 야당이 반발하면서 ‘연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기준이 조정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8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이 같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기준을 적용해 3개년 평균 연매출 5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에 대해선 ‘최대주주 주식 상속 증여 시 20% 할증평가를 제외한다고 이번 세제개편안 시행령에 담았다.

가업상속공제 활성화를 위한 피상속인 지분 요건도 완화된다. 종전까지는 지분 50%(상장사 30%) 이상을 10년 보유해야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되지만, 개정안에서는 지분 40%(상장사 20%)이상을 10년 보유하면 된다.

지분요건이 완화되면서 기업인으로선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토대로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게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기간도 현행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다. 가업유지 기간도 대표이사 취임은 5년에서 3년으로, 대표이사직 유지는 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된다.

아울러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를 받은 경우 추후 상속시에도 당초 증여시점의 매출액 규모에 따라 가업상속공제 적용여부를 판정하도록 했다. 가업 승계를 위한 지분 증여 당시에는 회사가 매출 기준 등이 부합해 가업상송공제 등 특례 혜택을 봤으나 이후 회사가 계속 성장해 상속 시점에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상속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일부 기업들이 회사 성장을 미루는 일종의 ‘피터팬 증후군’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영농상속공제 제도는 공제한도는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되는 반면, 피상속인 요건은 강화된다. 영농상속공제 피상속인 요건은 종전 ‘상속개시일 2년 전부터 계속해 직적 영농(농업·임업·어업)에 종사한 자’에서 ‘상속개시일 10년 전부터 영농 종사’로 강화된다. 농지 등 부동산 상속을 위해 짧은 기간 영농에 종사한 것처럼 위장하는 편법 상속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올해부터 탈세나 회계부정행위로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은 경우 영농상속공제 적용이 배제된다.

포탈세액이 5억원을 넘어 ‘조세범처벌법’ 상 조세포탈로 벌금형을 받거나, 회계부정으로 재무제표상 변경된 금액이 자산총액의 5%를 넘을 경우, 영농상속공제를 받지 못하게 된다. 만약 영농상속공제를 받은 상황에서 탈세나 회계부정 사실이 드러날 경우, 기존에 받았던 공제 세액이 추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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