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와 수영은 이뤄질 수 있을까”…‘사랑의 이해’ 계급 사회의 현실 멜로

2023. 1. 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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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계급따라 상수-미경·수영-종현 커플
상수·수영의 사랑이 향후 드라마의 변수
‘꼰대’ 육시경 지점장 단죄도 ‘관전 포인트’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좀비, 크리처물이나 수사물, 복수물…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밀고 있는 센 장르물 사이에서 눈에 띄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JTBC 수목극 ‘사랑의 이해’다. 멜로가 사라진 이 시대에 ‘사랑의 이해’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드라마는 KCU은행 영포점 직원들의 직장과 가정 생활, 그리고 사랑을 다루고 있다.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상대적으로 순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 그 어떤 멜로 드라마보다도 작가의 계급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강렬하다. 서열과 계층 간의 벽을 절감하는 현실적인 스토리 때문이다. 남녀의 만남부터 헤어짐, 새로운 설렘까지 사랑의 모든 순간을 그려내고 있으면서도, 좋아하는 감정만이 아닌 여러 조건까지 따지는 우리네 모습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사랑의 시선’ 다른 네 남녀의 ‘쓰디 쓴’ 현실멜로

‘사랑의 이해’는 너무 다른 환경 속에서 삶을 살아온 네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사랑은 상수다’, ‘사랑은 해변가의 모래성이다’, ‘사랑은 체온이다’, ‘사랑은 빛인 척하는 빚이다’ 등 사랑이라는 감정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각을 가진 하상수(유연석), 안수영(문가영), 박미경(금새록), 정종현(정가람). 드라마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이들의 두근거림, 엉켜버린 감정선과 같은 복잡 미묘한 부분들을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어 현실 공감 멜로 드라마의 등장이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고졸 4년차 영포점 여신인 안수영 주임은 KCU은행 영포점에서 가장 일을 잘 함에도 불구하고 예금창구 업무만 맡는다. 종합 상담이나 VIP를 상대하는 PB(프라이빗 뱅킹) 업무는 다른 대졸 직원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세상과 사랑 앞에 냉소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 ‘냉미녀’ 안 주임은 대졸 신입사원이 영포 지점에 배치를 받으면 OJT(On the Job Training) 업무를 해주지만, 그후 직장에서의 위치는 서로 바뀌어버린다. 그래서 대졸 신입사원은 안주임에게 처음부터 선배라고 부르지 않는다. 좁은 영포지점 안에서도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확연히 있다.

안수영 대리는 업무 전환 신청을 했는데, 그 경쟁률은 너무 높아 하늘의 별따기다. 부잣집 딸인 박미경은 부자 찬스를 활용해 어렵지 않게 실적을 올린다.

지금의 로맨스는 고졸사원 안수영-은행경비원 정종현과 대졸사원 하상수-금수저 박미경으로 진행되며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정작 앞으로 올 위기는 안수영과 하상수가 서로 사랑한다는 데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멜로의 이해(利害)를 어떻게 이해(理解)로 바꿀지 궁금하다.

‘꼰대’ 지점장의 단죄 과정도 ‘기대’

계급관계를 활용한 또 하나의 현실적인 장치는 육시경 지점장(정재성)이다. 육 지점장은 인사고과를 핑계로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종용하고, 격려를 핑계 삼아 여행원들의 손을 잡기도 한다. 부하 직원 사랑을 가장한 스킨십이며 교묘한 신체적 접촉이다.

육 지점장은 부자집 딸인 박미경이 아닌 가난한 고졸사원인 안수영 주임에게만 스킨십을 한다. 이거야말로 위계에 의한 행위다. 박미경은 안수영을 도와주려고 지점장실에 함께 들어가자고 하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육 지점장은 퇴근후, VIP 고객 접대 자리에 안수영 주임을 데리고 간다. 안수영은 “상품 설명이 필요하면 업무시간에 근무지로 찾아뵙겠습니다. 업무 얘기 없는 술자리는 불편합니다”고 말하다 “불편하다고 일을 안하겠다는 얘기인가요?”라는 소리를 듣고, 결국 하루종일 문서 정리를 하는 등 업무불이익을 당한다.

안 주임은 결국 지점장을 강압 행위로 고발했는데, 결과는 하상수 계장이 지점장이 업무비를 사적으로 쓴 것에 대한 고발로 지점장이 경고 비슷한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위력에 의한 강압 행위나 성추행으로는 처벌받 지 않았다. 이처럼 위계(位階)에 의한 관계는 공고하다.

육 지점장은 접대 자리에 데려간 안수영 주임에게 항상 5만원권으로 택시비를 준다. 육 지점장은 안 주임에게 택시비는 항상 주면서 인사고과는 낮게 준다. 그런 식으로 해서 위에서는 인정받고 밑에서는 충성을 아끼지 않는 시스템을 ‘선순환’이라고 착각하는 간부다. 게다가 육 지점장은 안 주임에게 성추행을 하면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작가가 육 지점장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지 궁금하다. 무슨 처벌보다는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단죄할 지 더 궁금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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