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창업] 메타버스에 올라탄 수술교육의 단상
의료교육에 최첨단 기술 등장
메타버스 기술도 속속 도입
아직은 넘어야 할 한계 분명
수술연습 등 의료교육에 최첨단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건 메타버스 기술이다. 가상의 공간에서 의료교육이 이뤄지는 건데, 활용 가능성이 많은 만큼 한계도 아직 적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의료교육 시장에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하고 메타버스가 그중 한축을 담당할 것이란 점이다.
# 분당서울대병원 스마트수술실. 360도 회전하는 8K 3D 카메라가 집도의와 수술 간호사의 모습, 수술실 내 환경을 실시간으로 찍고 있다. 아시아 각국의 흉부외과 의료진 200여명은 각자의 연구실에서 HMD (Head mounted Displayㆍ머리에 쓰는 영상표시장치)를 착용하고 노트북을 켠 뒤 스마트수술실에 접속했다.
#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의 폐암수술은 가상으로 이뤄졌고, 참석자들은 본인의 아바타를 설정한 후 강의실에 입장해 폐암수술 기법과 가상융합기술 트렌드를 주제로 한 강의를 들었다. 이후엔 수술 과정을 참관하며 실시간 토론을 이어갔다.
아시아흉강경수술교육단(ATEP)은 2021년 5월 한 학술대회에서 XR(확장현실) 기술 플랫폼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다름 아닌 메타버스 가상수술이었는데, 앞에서 언급한 사례가 이 기술을 활용한 거였다. 그에 앞서 2020년 베트남 흉부외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적용했는데,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가상환경이 구현됐다. 프로그램에 참석한 의료진들은 "실제 수술에 참관한 것 같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의료교육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가상현실(VR)ㆍ증강현실(AR)ㆍ혼합현실(MR) 등 다양한 메타버스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의료교육이 처한 현실과 첨단기술의 발전이 맞아떨어진 결과다.[※참고: 의료교육은 의학을 전공하는 의대생뿐만 아니라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료 전문가들에게도 제공한다. 여기엔 강의실에서 교재로 배우는 이론 외에도, 실제 의료행위를 참관하고 시뮬레이션해보는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의료교육 중 수술교육은 여전히 동물이나 카데바(cadaverㆍ해부용 시체)를 활용한 실습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윤리적인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새로운 질병이 계속 등장하고, 로봇수술 등 첨단의료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면서 글로벌 의료교육 시장은 점점 몸집이 커졌다. 2020년 836억 달러(약 104조원) 규모인 이 시장은 연평균 8.4% 성장하며 2025년엔 1252억 달러(약 156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타버스 기술이 의료교육 시장에 들어온 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기도 하다. 강의실에서 대면으로 이뤄지던 교육이 e러닝 등 온라인으로 축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변수를 만나면서 그런 변화가 급물살을 탔다.
변화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의료교육 모델을 선보이는 기업들도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기업 헬스스트림(Health Stream)은 2020년 'Resuscitation Speci alty Sims'라는 화면 기반의 시뮬레이션 교육 모델을 출시했다.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각자의 환경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연습할 수 있는 모델이다.
미국의 또 다른 메타버스 기업 이머시브 터치(Immersive Touch)는 2021년 의료 VR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는데, 외과 의료진이 VR 플랫폼을 사용해 복잡하고 정교한 외과수술을 연습하며, 이를 통해 수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솔루션이다.
국내에서도 의료교육에 메타버스를 적용하는 움직임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의료 AI 솔루션 기업인 메디컬아이피는 2022년 메타버스에서 해부학 실습을 할 수 있는 'MDBOX'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의료영상을 기반으로 VR과 XR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MDBOX는 골격ㆍ호흡ㆍ신경계 등 1000여개의 해부학 구조물의 명칭과 설명을 제공한다.
이처럼 의료교육에 메타버스를 활용한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뿌리를 완전히 내리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VRㆍAR 등 기술이 실제 의료 환경을 완전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그걸 사용하는 의료진을 교육하는 플랫폼도 충분치 않아서다.
대부분의 의료교육을 대학ㆍ학술센터(93.4%ㆍ이하 2020년 기준)가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워크숍이나 콘퍼런스 등에서 상당수 의료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건데, 이런 상황에선 코로나19 같은 변수가 또다시 등장하면 손쓸 수가 없다.
반면 전문적인 교육 플랫폼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최근 VRㆍARㆍXR 등 최첨단 기술이 의료교육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솔루션까지 개발되고 있다"면서 "의료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는 만큼 의료교육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편집자 주-
☞ 실험실 창업(공공기술 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사업 또는 한국형 I-Corps)은 대학과 연구소의 공공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지만 그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더스쿠프는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잇고 있는 '실험실 창업팀'을 소개합니다. ❶편에선 그들이 뛰어든 시장을 분석하고, ➋편은 험난한 창업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창업팀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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