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가격 폭락에도, 마트서 집어들기 겁난다…왜? [뉴스AS]

유선희 2023. 1. 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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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설 명절을 앞두고 제수용품과 선물을 사러 대형마트에 들른 주부 손아무개(67)씨는 올해도 축산코너에 진열된 한우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손씨는 "뉴스에서는 연일 한우 가격이 폭락했다는 기사가 나오던데, 한우 소고기를 사려고 보니 지난해 설 때보다 조금 내린 것 같긴 하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가뜩이나 고물가·고금리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라 이 정도 가격 인하로 한우 소비를 대폭 늘릴 수는 없을 듯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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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가 30~35%·도매가 20%↓…소비자가는 12%↓
“6~8단계 복잡한 유통구조 탓 유통비용 54% 달해”
소비자 선호 부위 적고 하락분 실시간 반영 안 돼
지난 12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축산물 판매코너 모습. 연합뉴스

최근 설 명절을 앞두고 제수용품과 선물을 사러 대형마트에 들른 주부 손아무개(67)씨는 올해도 축산코너에 진열된 한우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손씨는 “뉴스에서는 연일 한우 가격이 폭락했다는 기사가 나오던데, 한우 소고기를 사려고 보니 지난해 설 때보다 조금 내린 것 같긴 하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가뜩이나 고물가·고금리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라 이 정도 가격 인하로 한우 소비를 대폭 늘릴 수는 없을 듯 싶다”고 말했다.

한우 가격 폭락을 둘러싼 산지 한우 사육 농가와 한우 고기 소비자의 체감도가 벌어지고 있다. 한우 농가 쪽에선 가격 폭락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등 “죽을 지경”이라는 호소가 나오지만, 소비자 쪽은 “그다지 가격이 하락한 것 같지 않다”는 반응이다.

18일 축산품질평가원 통계를 보면, 지난 17일 기준으로 6~7개월령 암송아지 산지 경매가격은 203만9천원, 수송아지는 293만3천원이다. 1년 전에 견줘 각각 30.5%, 34% 넘게 떨어졌다. 같은 날 기준 1등급 한우 등심 도매가격은 ㎏당 5만6126원으로, 지난해 1월18일 7만377원에 견줘 20.3% 떨어졌다.

지난 13일 충남 공주시 월미동 공주 가축시장에서 한우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한우 산지 시세와 소고기 도매 가격의 하락 폭과 비교해 소고기 소비자 가격 변동은 적은 편이다. 17일 기준, 1등급 한우 등심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당 9만8590원으로, 1년 전인 11만2490에 견줘 12.3% 떨어졌다. 농가와 소비자 체감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차이는 복잡한 유통과정 때문이라는 것이 전국한우협회 쪽의 설명이다. 한우 1등급 등심 소비자 가격이 ㎏당 9만8590원인 것에 비해 도매 가격은 56% 수준인 5만6126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한우 유통 과정은 보통 ‘생산자-우시장-공판장(도축장)-중간도매상-도매상-유통업체-소비자’로 6~8단계를 거치게 된다”며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기준으로 소매가격 중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54.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한우 가격은 30% 이상 하락했지만, 유통과정에서 도축비·인건비·물류비가 20% 이상 상승하면서 소비자 체감은 둔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등심 등이 소 전체에서 자치하는 비중이 너무 낮은 것도 소비자들의 체감 가격 인하 폭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를 도축하면 뼈·가죽·내장 부산물을 제외한 지육은 약 60~65% 수준인데, 이 가운데 인기가 많은 등심은 고작 8% 정도다. 여기서 힘줄·지방 등을 제거한 뒤 판매 가능한 등심은 전체의 4.4% 수준에 불과하다”며 “대형마트는 대량 매입과 직매입 구조를 통해 물류비와 인건비 절감을 통해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소비자 체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료: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유통정보 조사 보고서(2021)

식당 등 외식업계에서는 가격 하락분이 실시간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한우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운영하는 이아무개(53)씨는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마다 메뉴판에 가격을 반영하는 시스템은 불가능하다”며 “식당의 판매가격은 임대료 등 각종 부대비용과 인건비까지 전부 포함하기 때문에 한우 가격에 따라서만 좌우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지 한우 출하가 하락세는 2025년 초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한우의 공급 물량은 2024년 정점을 찍고 2025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한우 도축 마릿수는 약 94만 마리 내외로, 지난해보다 11%, 평년보다 22%가량 늘면서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2024년엔 도축 마릿수가 101만5천마리로 올해보다 7.5% 늘어 한우 가격이 폭락한 2013년(96만마리) 수준을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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