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가격 폭락에도, 마트서 집어들기 겁난다…왜? [뉴스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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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설 명절을 앞두고 제수용품과 선물을 사러 대형마트에 들른 주부 손아무개(67)씨는 올해도 축산코너에 진열된 한우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손씨는 "뉴스에서는 연일 한우 가격이 폭락했다는 기사가 나오던데, 한우 소고기를 사려고 보니 지난해 설 때보다 조금 내린 것 같긴 하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가뜩이나 고물가·고금리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라 이 정도 가격 인하로 한우 소비를 대폭 늘릴 수는 없을 듯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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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단계 복잡한 유통구조 탓 유통비용 54% 달해”
소비자 선호 부위 적고 하락분 실시간 반영 안 돼
최근 설 명절을 앞두고 제수용품과 선물을 사러 대형마트에 들른 주부 손아무개(67)씨는 올해도 축산코너에 진열된 한우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손씨는 “뉴스에서는 연일 한우 가격이 폭락했다는 기사가 나오던데, 한우 소고기를 사려고 보니 지난해 설 때보다 조금 내린 것 같긴 하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가뜩이나 고물가·고금리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라 이 정도 가격 인하로 한우 소비를 대폭 늘릴 수는 없을 듯 싶다”고 말했다.
한우 가격 폭락을 둘러싼 산지 한우 사육 농가와 한우 고기 소비자의 체감도가 벌어지고 있다. 한우 농가 쪽에선 가격 폭락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등 “죽을 지경”이라는 호소가 나오지만, 소비자 쪽은 “그다지 가격이 하락한 것 같지 않다”는 반응이다.
18일 축산품질평가원 통계를 보면, 지난 17일 기준으로 6~7개월령 암송아지 산지 경매가격은 203만9천원, 수송아지는 293만3천원이다. 1년 전에 견줘 각각 30.5%, 34% 넘게 떨어졌다. 같은 날 기준 1등급 한우 등심 도매가격은 ㎏당 5만6126원으로, 지난해 1월18일 7만377원에 견줘 20.3% 떨어졌다.
하지만 한우 산지 시세와 소고기 도매 가격의 하락 폭과 비교해 소고기 소비자 가격 변동은 적은 편이다. 17일 기준, 1등급 한우 등심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당 9만8590원으로, 1년 전인 11만2490에 견줘 12.3% 떨어졌다. 농가와 소비자 체감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차이는 복잡한 유통과정 때문이라는 것이 전국한우협회 쪽의 설명이다. 한우 1등급 등심 소비자 가격이 ㎏당 9만8590원인 것에 비해 도매 가격은 56% 수준인 5만6126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한우 유통 과정은 보통 ‘생산자-우시장-공판장(도축장)-중간도매상-도매상-유통업체-소비자’로 6~8단계를 거치게 된다”며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기준으로 소매가격 중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54.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한우 가격은 30% 이상 하락했지만, 유통과정에서 도축비·인건비·물류비가 20% 이상 상승하면서 소비자 체감은 둔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등심 등이 소 전체에서 자치하는 비중이 너무 낮은 것도 소비자들의 체감 가격 인하 폭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를 도축하면 뼈·가죽·내장 부산물을 제외한 지육은 약 60~65% 수준인데, 이 가운데 인기가 많은 등심은 고작 8% 정도다. 여기서 힘줄·지방 등을 제거한 뒤 판매 가능한 등심은 전체의 4.4% 수준에 불과하다”며 “대형마트는 대량 매입과 직매입 구조를 통해 물류비와 인건비 절감을 통해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소비자 체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당 등 외식업계에서는 가격 하락분이 실시간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한우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운영하는 이아무개(53)씨는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마다 메뉴판에 가격을 반영하는 시스템은 불가능하다”며 “식당의 판매가격은 임대료 등 각종 부대비용과 인건비까지 전부 포함하기 때문에 한우 가격에 따라서만 좌우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지 한우 출하가 하락세는 2025년 초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한우의 공급 물량은 2024년 정점을 찍고 2025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한우 도축 마릿수는 약 94만 마리 내외로, 지난해보다 11%, 평년보다 22%가량 늘면서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2024년엔 도축 마릿수가 101만5천마리로 올해보다 7.5% 늘어 한우 가격이 폭락한 2013년(96만마리) 수준을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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