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는 없었다…일본은행, 대규모 금융완화 유지
달러·엔 환율 131엔대 급등, 국채 10년물 0.360%로 급락
물가전망 작년 3%·내년 1.8% 상향…올해는 1.6% 유지
올해 성장률 전망 1.9%→1.7% 하향…"세계경제 둔화할듯"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은행(BOJ)이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에선 추가 긴축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규모 금융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올해 물가 전망치는 기존과 동일한 1.6%를 유지했다.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보다 낮아 추가 긴축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하게 사그라들고 있다.
BOJ, 장기금리 상한 0.5% 유지…대규모 금융완화 지속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17~18일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폭을 기존과 같은 ‘0%에서 ± 0.5% 정도’로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10년물 국채 금리가 목표 변동폭 사이에서 움직이도록 하면서 0%로 유도하는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변동폭 상한을 종전 0.25%에서 0.5%로 높였다.
시장은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사실상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판단했고, 일본은행이 한번 더 정책을 수정할 것으로 기대했다. 일각에선 YCC 정책을 폐기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러한 기대감은 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0.5%를 웃돌았고, 이날도 회의 결과가 발표되기 전 0.51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이날 금리 상한을 동결하고, 대규모 금융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그동안 시장왜곡(장단기 금리역전) 해소를 위해 장기금리 변동폭 상한을 높인 것일 뿐, 긴축 경로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지난 4일에도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금융완화를 지속해 국내 경기를 지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회의 전 128엔대에서 움직이던 달러·엔 환율은 금리동결 소식이 전해진 뒤 131.12엔로 수직 상승했다. 미국과의 장기금리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에 엔화 매도·달러화 매입 움직임이 거세진 영향이다.
채권시장에서도 국채 10년물 금리가 0.360%로 급락(채권 가격은 상승), 3주 전인 작년 12월 말 수준으로 떨어졌다. 2년물 금리도 -0.010%로 하락해 작년 12월 22일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닛케이는 “장기금리 변동폭 상한을 0.75%로 올릴 것이란 시장 기대가 무산되면서 국채를 팔아치우던 투자자들이 국채를 다시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이 국채 10년물 금리를 0.5% 미만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최근 3거래일 동안 대규모 채권 매입을 단행하면서 올해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액은 전날까지 17조 1374억엔(약 162조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액이다.
물가전망 작년 3%로 상향·올해는 1.6% 유지…성장률은 하향
한편 일본은행은 이날 회의 후 발표한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소비자물가(신선식품 제외) 상승률 전망치를 3.0%로 지난 10월에 발표한 전망치(2.9%)보다 0.1%포인트 상향했다.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3.7% 상승하며 40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지속한 영향이다.
2024회계연도 전망치도 기존 1.6%에서 1.8%로 0.2%포인트 높였다. 하지만 2023회계연도 전망치는 기존과 동일한 1.6%를 유지했다. 모두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보다 낮다. 올해 전망치를 상향했다면 물가 억제를 위해 한 차례 더 통화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기존 전망치를 유지하면서 일본은행이 추가 긴축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꺾였다.
일본은행은 이외에도 2022회계연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기존 전망치(2.0%)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2023회계연도 GDP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1.9%에서 1.7%로, 2024회계연도 전망치도 기존 1.5%에서 1.1%로 각각 내렸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거시 환경이 불안함에 따라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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