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보다 낮은 대한민국 기부문화... 미국 3위, 호주 4위, 중국 49위, 한국은 88위

신은진 기자 2023. 1. 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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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양극화와 복지확대 이슈가 부상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부문화 수준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모습./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19일 발표한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복지수요에 대한 민간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기부문화 수준은 세계순위, 참여율, 기부 의향 분야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각국의 기부문화 수준을 나타내는 ‘세계기부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119개국 중 88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고, 코로나가 정점이었던 2021년에는 110위로 사실상 꼴지에 가까웠다. 이는 기부선진국인 미국, 호주, 영국은 물론 중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순위는 2011년 57위에서 2022년 88위로 대폭 하락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140위에서 49위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팬데믹에 의한 경기불안으로 기부심리가 위축된 반면, 중국은 세계 경제대국 2위로의 도약과 인민이 함께 부유해지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운동이 확산된 결과로 앞으로 양국의 차이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세계기부지수는 영국 자선지원재단 CAF가 2010년부터 매년 120여개 국, 200만여 명을 대상으로 ①모르는 사람 돕기, ②기부 경험, ③자원봉사 등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표하는 것이다.

또 기부 참여율과 기부 의향도 지난 10년간 하락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3세 이상 국민의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6.4%에서 2021년 21.6%로, 기부 의향은 같은 기간 45.8%에서 37.2%로 감소했다.

◇GDP 대비 민간기부 비중 10년간 정체…0.79%(2011년)→0.75%(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기부는 규모 면에서도 실질적으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GDP 대비 민간기부 비중은 2011년 0.79%에서 2021년 0.75%로 0.04%p 감소했다. 민간기부 금액 자체는 같은 기간 11조원에서 15조6000억원으로 41% 늘어났으나, 명목 GDP가 1389조원에서 2072조원으로 49.2% 증가해 민간기부 금액보다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GDP 대비 민간기부 비중이 정체된 데는 2014년 개인기부금 공제방식 변경(소득공제 → 세액공제), 코로나 팬데믹 등이 복합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부금 규모는 2013년까지 지속 상승하다가 공제방식 변경으로 개인기부금은 2013년 7조7000억원에서 2014년 7조1000억원으로 감소했고, 팬데믹으로 인해 전체 기부금은 2019년 14조5000억원에서 2020년 14조3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민간기부 활성화 방안: ①기부금 세제지원 확대, ②공익법인 규제 개선, ③생활 속 기부문화 확산

보고서는 “2000년대 이후 기부금 세제지원은 축소되고 공익법인 규제는 강화되는 등 소극적 기부정책이 이어져오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민간기부 활성화 방안으로 기부금 세제지원 확대, 공익법인 규제 개선, 생활 속 기부문화 확산 등 3가지를 꼽았다.

우선 보고서는 “2014년 공제방식 전환(소득공제 → 세액공제) 후 개인 기부금 규모가 하락했다”며 “주요국과 같이 소득공제 방식으로 재전환 또는 소득공제·세액공제 선택 적용 방식으로 개선하거나 세액공제율을 現 15%에서 30% 이상으로 높이는 등 과감한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법인 기부금에 대한 비과세한도 역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2006년 법정기부금 손금한도 축소(100% → 50%) 이후 한도 초과분에 대해 세제지원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매년 많이 기부하는 기업일수록 세제혜택 받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법인 기부금 규모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법인 기부금 규모는 정체된 것으로 보인다. 공익법인 규제와 관련해서도 “최근 주요국에서 공익법인이 활성화되는 것과 달리 우리는 대기업의 지배력 유지‧확대를 우려한 나머지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다”며 “기업 공익법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행할 수 있는 통로인 만큼 기부 여력과 재원이 큰 대기업의 공익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민간기부 활성화를 위해 정책 개선과 함께 조기교육을 통한 생활 속 기부문화 확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진국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기부를 실천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우리나라도 도덕 수업을 통해 기부의 의무감을 가르치기보다 생활 속에서 나눔은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을 체득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수원 대한상의 경제정책실 팀장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정부의 복지정책 한계를 보완하는 사회안전망으로서 민간기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민간기부 활성화를 위해 규제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규제는 풀고 인센티브는 대폭 늘리는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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