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프리미엄’ 노린 4조3000억원대 불법 외환 송금…20명 기소

송원형 기자 2023. 1. 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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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세관이 가상 화폐가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보다 비싸게 팔리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시중 은행을 통해 4조3000억원대 불법 외환 송금에 가담한 20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 나욱진)와 서울본부세관 조사2국(국장 이민근)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법 해외 송금 총책과 은행 브로커 등 11명을 구속 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 기소 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022.12.26/뉴스1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2021년 1월부터 작년 8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 포함 9개 은행 256명 계좌에 돈을 모아 해외로 총 4조3000억원을 불법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금융당국의 제지를 피하기 위해 허위 무역 대금을 송금하는 것처럼 꾸미거나 무역회사로 위장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기도 했다. 중국, 일본, 호주, 홍콩 등으로 보내진 돈은 현지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가사 화폐를 매입에 사용됐다. 이 가상 화폐는 국내 거래소에서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채 팔렸고, 여기서 얻은 차익은 전주들과 나눴다.

검찰은 지금까지 파악한 범죄수익금 131억원에 대해 몰수·추징보전 절차를 밟고 있다. 범행 당시 김치 프리미엄이 약 3∼5% 정도였던 만큼 이들이 거둔 시세 차익은 약 1200억∼2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등은 수사 과정에서 여러 유형의 ‘불법 해외 송금’ 조직을 적발했다. ‘분업형’은 총책이 포함된 재정팀이 무역회사로 자금을 모으고, 송금팀이 허위 인보이스(송장)를 작성해 은행을 통해 해외로 송금했다. 해외팀은 국외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가상 화폐를 매입한 후 국내 거래소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송금팀은 송금액의 0.3∼0.5% 수준의 수수료를 받았고, 재정팀과 투기자금 제공자는 매각 수익금을 나눴다. 총책이 직접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하는 ‘기업형’도 있었다. 총책이 허위 인보이스를 직접 작성해 은행에 제출한 뒤 돈을 해외로 보내면, 해외팀은 가상 화폐를 총책에게 전송했다. 해외 업체간 골드바 거래에 무임승차한 ‘중계형’도 적발됐다. 홍콩 현지 골드바 구매 업체는 매입 대금을 지불하는 대신, 현지 거래소에서 산 가상 화폐를 국내 조직 총책에게 전송했다. 총책은 이를 국내에서 매각해 ‘김치 프리미엄’을 빼고 남은 돈을 골드바 중계무역 대금으로 포장해 송금했다.

검찰은 “각 조직 주범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자금 제공자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다단계식 모집 후 범행 재원을 마련했다”며 “대부분 투기 자금으로 파악되나 이와 관련 없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자금도 일부 섞인 정황도 포착해 자금 흐름을 계속 추적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국내 은행의 해외 송금 시스템상 문제점도 확인됐다. 은행들은 페이퍼컴퍼니인 송금 업체가 1일 수회, 회당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의 해외 송금을 반복하는데도 형식적인 사전서류 심사와 사후 점검 미비로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일부 영업점이 외환 송금 고객 유치에만 혈안이 돼 송금 사유나 증빙 서류 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원 출신 금융기관 브로커가 가담하기도 했다. 일부 조직들은 거래 실적이 없는데도 이들 브로커에게 뒷돈 2000여만원을 건네며 은행 지점장과 직접 접촉, 송금 한도를 높이고 우대 환율까지 적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 시중은행 지점은 5개월간 320회에 걸쳐 ‘반도체 개발비’ 명목으로 1조4000억원 규모의 외화가 송금됐는데도 추가 증빙자료를 요청하지 않았고, 담당 직원은 포상까지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본점 차원에서 의심거래보고(STR)가 이뤄져도 영업점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

검찰과 세관은 작년 7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1000여개 계좌와 이들 계좌를 통해 거래된 약 15조원을 추적·분석했다.

검찰 관계자는 “투기 세력 일당이 시중은행 외환송금 절차상의 허점을 이용하여 해외 송금을 지속하며 거액의 불법 수익을 취했다”며 “일부 은행들도 외환 영업 실적에 혈안이 되어 있는 동안 불법 송금을 제지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문제점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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