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국정원 압색에 “공안통치 부활” “과도한 그림 만들기” 규탄
노동계가 국가정보원의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을 두고 “공안통치 부활”이라며 일제히 규탄했다. 정권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이념 공세라는 것이다. 영장 집행 과정에서 수백 명의 경찰과 에어매트리스까지 동원한 것을 두고는 “의도적인 과도한 그림 만들기”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18일 “이번 압수수색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가리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앞세운 이념, 색깔 덧씌우기 공작, 공안통치의 부활”이라며 “야만적 행태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노조와 민주노총을 음해하고 고립시키려는 폭거에 맞서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과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간부 등 4명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북한 측 공작원과 접촉했다는 혐의다. 경찰은 경력 700여명을 동원해 민주노총이 입주한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사옥을 포위하고 출입을 통제했다. 소방은 추락 방지용 대형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민주노총은 “체포영장도 아닌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사무실 주변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심지어 에어매트리스까지 등장시키며 수구언론을 중심으로 실시간으로 중계해대는 국정원의 의도는 무엇인가”라고 했다. 이어 “노조 때리기로 일시적으로 오른 지지율이 다시 꺾이는 상황에서 아랍에미리트 외교 참사, 여당 방해로 성과 없이 끝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 여당 당대표 선출 내홍 등 모든 사안이 언론에서 사라졌다”고 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압수수색 대상과 시간 등을 보면 통상적인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한 압색 과정을 이미 많이 넘어서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건물 직원 출입도 봉쇄하며 과도하게 집행되는 이 그림을 왜 이렇게 하는지 상식적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국정원이 직접 나선 것을 두고는 “양지를 거부하고 다시 음지로 기어들어 가길 원하는 국정원이 (내년 1월)대공수사권 경찰 이양을 저지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노총은 “(정부는)오늘의 압수수색영장 집행과 연계시켜 노동조합 내부에 침투한 불온세력 운운하며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을 흠집 내는 데 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안통치 부활과 퇴행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도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노조 회계에 큰 비리나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근거도 없이 노조를 부패집단으로 매도하더니, 이번에는 공안사건까지 터뜨리며 노조를 빨갱이 집단으로 몰아가려는 것인가”라며 “겨우 1명 압수수색하는데 국정원 직원과 경찰 수십명을 동원하고, 사다리차에 에어메트리스까지 설치하는 ‘압수수색 퍼포먼스’를 진행한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압수수색 대상에 조합원 1명이 포함된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구시대적 공안탄압으로 노동운동을 말살시키려는 의도일 뿐”이라며 “군사독재 시절의 과오를 답습하며 복고 시대로 시계를 돌리면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요시하는 노동자 민중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1181355001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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