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의사 수 확대 아닌 필수 의료인력 부족 해결해야"
의협은 의사 부족의 문제가 아닌 필수의료 및 지방지역 기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실련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의료격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필수·공공의료가 부족한 광역시와 도 지역에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확대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객관적인 근거 없이 비약적인 결론을 내려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주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현재 우리나라는 매년 최저치의 출산율을 경신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으며 인구 또한 급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매년 3200여 명이 추가로 배출되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보건복지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 우리나라 면허 의사 수는 13만여명에 이르고 있고 의사 1인당 국민 수는 2009년 641명에서 2020년 480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연평균 2.6% 감소율)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의사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의협은 "우리나라는 의사 부족이 아닌 오히려 의사의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은 여러 객관적인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고 의협은 전했다.
OECD 건강통계(OECD Health Statistics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OECD평균 5.9회), '기대수명, 주요 질병별 사망률, 영아사망률' 등 주요지표도 OECD평균보다 훨씬 나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이어 의협은 "경실련이 필수·공공의료 의사 부족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치료가능사망률(AM, Amenable Mortality Rate)'을 살펴보면 경실련이 통계자료를 얼마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지 알 수 있다. 2021년 OECD 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료가능사망률(AM)은 42.0명(OECD 평균 74.4명)으로 2019년 통계가 보고된 OECD 32개국 중 스위스(39.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인구 1000만 명 이상 OECD 국가 중에서는 가장 낮다"고 했다.
또한 우리나라 광역시도별 치료가능사망률을 보면 전국 평균이 41.83명이며 서울이 36.36명으로 가장 낮고 충북이 46.95명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치료가능사망률이 가장 높은 충북의 수치를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OECD 5위 수준에 해당되어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질 지표는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며 의협은 경실련의 주장을 지적했다.
이외에 의협은 "경실련에서 예를 들고 있는 지방의료기관이 구인난에 허덕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우리나라의 의사 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의사가 지방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지난해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사건을 예로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환경의 문제점은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
의협은 "필수의료에 대한 저수가 문제, 의료사고 책임 문제, 열악한 근무환경 등 지원 대책 부재로 인해 필수의료를 기피할 수밖에 없고 필수의료 분야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필수의료 및 지방지역 기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무리하게 의사 수를 늘릴 경우, 해당 분야의 기피현상은 해결되지 못한 채 국민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져 우리나라 의료체계 전반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아울러 "필수 및 공공의료 분야의 인력부족 문제는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제대로 된 의사인력 수급 정책 부재와 지역 및 의료취약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근본적 이유를 간과하고 특정분야 및 특정지역 의사 수가 부족하니 단순히 총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거나 공공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단편적이고 무책임한 방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필수의료 붕괴를 막고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의사 수 증가가 아니라 국가의 강력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통해 취약지역과 기피분야에 각종 인프라 구축 및 충분한 보상·처우개선과 같이 유인기전을 마련하고, 의사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에 자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의협은 제시했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전공의 및 전문의를 포함한 필수·공공의료 분야 인력에 대한 지원 강화, 필수·공공의료 인력의 근무환경 개선 그리고 전폭적인 재정 투입을 통한 필수·공공의료 분야의 수가 인상 및 공공정책수가 신설 등 다각적인 지원을 강화해 필수·공공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다른 걱정 없이 오로지 환자진료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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